오락가락하는 장마 속에 일부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번 무더위는 밤의 기온이 섭씨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을 동반함으로써 숙면에도 어려움이 많을 전망이다.

열대야 때 잠을 잘 못 자는 것은 고온이 체내의 온도조절 중추를 흥분시켜 일종의 각성상태를 만들기 때문이다. 즉, 숙면을 취하기에 가장 좋은 섭씨 18~20도 범위를 벗어나면 인체가 그 기온에 적응하려고 지속적으로 깨어 있으려 하는 셈이다.

이정권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40도 이상의 폭염으로 노약자들이 사망하는 것도 신체가 이 같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신경조직 등이 마비되기 때문"이라며 "열대야 불면증상이 계속되면 피로의 누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무더위 속에 열대야를 이기는 생활요령을 알아본다.

◇ 잠자기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라 = 잠자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몸도 식혀 주고, 피로를 풀어줘 잠을 청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잠들기 직전에 목욕을 하거나 너무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면 오히려 잠이 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의 생체시계를 일정하게 만드는 것인 만큼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늦게 잤다고 해서 늦게 일어나면 몸의 리듬이 깨지고 다음날 잠자는 시간도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 하루 20~30분은 낮잠은 숙면에 도움 = 점심 식사 후 20~30분간의 낮잠은 야간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30분 이상의 낮잠은 밤 시간 불면증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만약 낮잠의 영향으로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 뒤척이지 말고 잠자리에서 벗어나 많은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가벼운 독서를 하는 것도 요령이다. 책을 읽다가 다시 잠이 오면 잠자리에 들면 된다. 만약 계속해서 잠이 들지 않는다면, 이런 행동을 반복해도 좋다.

◇ 수면을 방해하는 음식ㆍ약물을 삼간다 = 무더위에 술을 마시고 잠을 청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효과는 잠깐뿐이다. 오히려 과도한 음주는 수면 중간에 자주 깨게 할 수 있어 좋지 않다는 게 수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카페인이 든 커피와 홍차, 초콜릿, 콜라, 담배는 각성효과가 있어서 수면을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 수면은 그 시간도 중요하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상쾌함을 주는 양질의 수면이 중요한 만큼 열대야가 있을 때는 알코올과 카페인이 들어간 식품을 삼가는 게 좋다.

저녁 식사도 과식을 금하고, 적당량으로 조절해야 한다.

◇ 지나친 냉방은 여름감기의 원인 = 지나치게 낮은 온도의 에어컨 바람은 냉방병 및 여름 감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냉방병을 예방하기 이해서는 실내온도를 너무 낮추지 않는 것이 좋고 에어컨을 강하게 잠시 틀어 놓았다가 끄는 것보다는 약하게 해 여러 시간을 틀어 놓는 것이 더 좋다. 1시간마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선풍기를 켠 채 잠을 잘 때는 반드시 창문을 열어둬야 한다. 특히 기관지 천식을 비롯한 만성 폐질환 환자나 어린이, 노약자 등은 선풍기 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풍기를 틀 때도 수면 시작 1~2시간만 몸에서 멀리 떼어 놓고 가동시키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쐬면 저체온증에 빠져 생명의 위험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주장도 있다.

◇ 채소ㆍ과일 많이 섭취해야 = 무더위 속에서는 평소 흰 쌀밥보다 국수나 잡곡, 비타민이 많은 채소와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또한, 신선한 우유나 두부 같은 콩으로 만든 음식도 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

동서신의학병원 수면센터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선선한 초저녁에 가벼운 운동을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면서 "하지만 잠들기 2시간 이내에는 운동하면 오히려 잠들기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