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린 환자가 민간요법 치료를 위해 지방의 산속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치료비와 새 거처를 마련하느라 보유 2년의 서울 주택을 팔았다면 1가구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26일 국세심판원에 따르면 이 경우에 비과세 혜택이 인정돼야 하는지 확실하지 않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진실성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 심판원의 설명이다.

 

   최근 심판원은 암은 아니지만 고혈압에 걸린 사람이 요양을 위해 지방으로 이주한데 대해 비과세 혜택을 인정하지 않았다.

 

   심판원이 질병에 따른 비과세 혜택에 대해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작년에 고혈압 진단을 받고 요양을 하기 위해 조용하고 공기좋은 지방으로 이사를 갔다. 서울 집 주변에는 전철이 지나가고 남부순환도로가 있어 시끄러운데다 매연도 많았기 때문이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서울의 집을 팔았지만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3년보유 2년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나 질병 치료를 위해 이사하는 경우에는 1가구1주택 비과세혜택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규칙은 1년이상의 치료나 요양을 필요로 하는 경우 보유.거주기간 요건의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1가구1주택 비과세 헤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고혈압과 지방 이주와의 인과 관계가 부족하다"면서 양도세를 부과했고 A씨는 "억울하다"면서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요청했다.

 

   그 결과 심판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심판원은 판결문에서 "옛 주거환경에서는 질병의 치료나 요양이 불가능하고 새 주거환경에서만 치료.요양이 가능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지만 A씨에게는 그런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판원 관계자는 "질병관련 비과세문제 심판청구로는 처음이어서 고심을 많이 했다"면서 "그러나 대부분의 성인들이 당뇨.고혈압.심장병 등 성인병을 조금씩은 갖고 있는 상황이어서 쉽게 비과세 혜택을 주면 양도세에 큰 혼란이 발생한다고 판단, 기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판결문대로라면 질병에 따른 이주시에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는 쉽지가 않다.

 

   암 환자가 강원도 산속으로 요양을 가는 경우, 그 곳에서 요양을 해야 병세가 호전된다는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당수의 양의사들은 민간요법으로 병세를 치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병명만으로 비과세 혜택 여부를 결정해도 문제다.

 

   고혈압이 비교적 가벼운 질병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나 뇌출혈.심장마비 등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암이라고 해서 혜택을 주고 당뇨라고 해서 혜택을 주지 않는 식으로 구분짓기도 어렵다.

 

   순수하게 질병치료나 요양의 목적으로 이사를 갔다는 사실을 인정받으면 비과세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 순수성과 진실성을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인간의 마음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질병관련 양도세 비과세 문제를 놓고 적지않은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심판원 관계자는 "결국은 사례별 구체적인 정황을 놓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일률적으로 이런 경우는 되고 저런 경우는 안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