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말달까지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모댈리티(세부원칙) 첫 윤곽을 제시한다는 세계무역기구(WT0) 회원국들의 1차 목표는 사실상 빗나갈 것이 확실시된다.

 

   시한을 목전에 둔 27일부터 제네바 본부에서 소집되는 일반이사회와 무역협상위원회(TNC) 등은 원래 첫 윤곽을 마련하기 위한 최종 조율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으나 협상 자체에 진전이 없었던 만큼 성과에 대한 기대는 당초부터 희박한 상태였다.

 

   27일 개최된 일반이사회는 협상 쟁점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일반적인 안건만을 논의하고 끝났다. 28일의 TNC와 29일의 일반이사회에서도 '서프라이즈'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WTO회원국들은 향후 이틀간 일반이사회와 무역협상위원회에서는 수파차이 파닛차팍 사무총장과 팀 그로서 농업위원회 의장을 포함한 각 협상 그룹의 의장으로부터 보고를 받는다.

 

   그러나 이들이 제출할 보고서는 협상의 성과물을 담기 보다는 협상의 현국면에 대한 평가와 향후의 과제를 열거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WTO관측통들은 보고서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명확히하는 것이 그나마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한다.

 

   협상의 페이스 메이커인 농업협상의 경우, 지난 21일부터 일반이사회 개최 전까지 집중 협의를 가졌으나 기존의 대립된 입장만을 재확인했고 비농산물시장접근(NAMA)을 비롯한 다른 협상 그룹들도 대동소이한 상황.

 

   그로서 의장은 결국 협상의 첫 윤곽을 담을 보고서를 단념하고 말았다. 그로서 의장이 국내 총선 출마로 이달말 그만두는 것도 향후 협상의 빠른 진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WTO관측통들은 말한다.

 

   스테판 요한손 NAMA의장(아이슬란드)을 포함한 여타 그룹의장들의 입에서도 거의 진전이 없다는 말만 새어나올 뿐이다.

 

   제네바의 이같은 분위기는 이달 12일과 13일 중국 다롄에 모인 30개 WTO회원국 각료들의 회동을 통해 모처럼 기대감이 조성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각료급들이 대거 불참한 것도 회원국 사이에 널리 퍼진 회의적 시각을 대변한다.

 

   30일 저녁에 미국과 유럽연합(EU), 인도, 브라질 등 4개 핵심국의 각료급들이 모이는 것도 대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자리에서 피터 만델슨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로버트 포트먼 미무역대표가 상면하지만 여름 휴가를 마친 이후의 협상 일정을 잡는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WTO관측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DDA협상은 1년전인 지난해 7월말 프레임워크를 타결했고 지금까지 1년간을 모댈리티와 씨름해왔다. 게다가 7월말까지로 정한 모댈리티의 첫 윤곽도 느슨하게 합의사항을 그릇에 담는 성격이었다.

 

   8월31일로 임기를 마치는 수파차이 총장은 모댈리티의 1차안을 마지막 과제로 삼고 안간힘을 다했으나 결국 이를 파스칼 라미 신임총장에게 고스란히 넘기게 된 셈.

 

   관측통들은 협상은 9월에나 정상화될 것으로 보면서 오는 12월 홍콩에서 열릴 WTO 전체회원국 각료회의까지 불과 5개월이 남아 일정이 촉박한 만큼 협상은 9월초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무언가를 확실히 받지 않는 한 대폭적인 양보는 주저하는 회원국들의 동상이몽이 지속된다면 12월 홍콩 각료회의 성공도 보장하기는 어려운 상황.

 

   일부에서는 홍콩 각료회의도 지난 2003년 9월 칸쿤 각료회의의 재판이 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