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자가 집주인 몰래 사기로 주택을 알선해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을 가로챈 경우도 관련 법상 중개행위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 2부는 지난 7일 오모씨가 중개업자의 위법한 중개행위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협회는 손해액의 70%를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중개행위는 중개업자의 주관적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중개를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에는 중개업자의 인장이 날인돼  있고, 단서에 대리계약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사회통념상 부동산 소유자와 세입자간의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행위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중개업자의 고의·과실로 인한 거래당사자의 재산상 손해를 배상하는 공제사업을 운영중인 부동산중개업협회는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 역시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부동산의 실제소유자 등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고 중개업자의 말만 믿고 경솔하게 계약을 맺은 책임이 있으므로 손해액의 30%에 해당하는 과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2003년 2월 부동산 중개업자 김모씨에게 속아 1600만원을 주고 미등기상태에 있던 인천시 부평구의 신축 빌라를 임대한 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건축주에 의해 쫓겨나자 소송을 냈다.

세무사신문 제 415호(2005. 6.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