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3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다음달 서울에서 만나 외환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최근 한.중.일 3국의 외환보유고 과잉과 환율 문제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3국 최고 외환당국자가 어떤 의견을 나눌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린 제46차 미주개발은행(IDB) 총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중.일 3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다음달 서울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총재는 "이번 회동은 한은 주최로 올해 처음 열리는 '세계중앙은행 국제컨퍼런스'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이번 행사에는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도 참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중.일 3국 중앙총재 회동과 관련 "구체적인 의제를 정하지 않았고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협력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외환보유고와 환율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북아 국가들이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흑자가 많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표적이 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방어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중.일 3국 중앙은행 총재는 과거에도 각종 국제회의에서 회동해왔으나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박 총재는 전했다.

 

   박 총재는 최근 환율변동에 대해 "최근 원화의 평가절상이 지나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한뒤 "올들어 일본 엔화와 유로화가 5% 정도 절하된 반면 원화는 2% 절상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따라서 외환 다변화정책을 쓸 경우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면서 "현단계에서 외환 다변화정책은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시장개입에 의한 적정환율 유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며 "외채상환, 해외투자 등을 통해 외환 수요를 늘리는 방식으로 적정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해외투자 활성화 대책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생각이 같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특히 시중은행에 외환보유고를 맡기는 방안과 관련, "시중은행에서 수요가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아울러 연기금과의 스왑을 통해 외환을 활용하는 방법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총재는 이날 낮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중앙은행(BOJ) 총재가 초청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 오찬간담회에 참석했으나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일본 재무상은 IDB 총회에 앞서 가진 한덕수 부총리와의 개별면담에서 "아시아 금융위기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 한.중.일 삼국간 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