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 침체에도 국세 수입이 '풍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심화한 양극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9일 공개한 '2016회계연도 국세 수입 결산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경상성장률과 국세 수입 증가율이 큰 차이를 보인 이유를 분석했다.

지난해 경상성장률은 4.7%로 전년(5.3%)보다 둔화했지만, 국세 수입 증가율은 같은 기간 6.1%에서 11.3%로 껑충 뛰어올랐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세금이 더 많이 걷히고 경기가 침체하면 세수 역시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경상성장률과 세수증가율은 2000년 이전까지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2000년 이후로 움직임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양 변수 간 상관계수를 측정한 결과 1970∼1990년대 0.7∼0.9를 기록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0.5까지 떨어졌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양 변수의 움직임이 유사하다는 것을 뜻한다.

보고서는 '불황 속 세수 풍년' 원인으로 양극화 심화 현상을 꼽았다.

고소득층은 경상성장률에 대한 소득·거래 탄력성이 크기 때문에 성장률이 작은 폭으로 올라도 소득 증가 폭은 그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은 저소득층보다 높기 때문에 성장률 증가세가 주춤해도 고소득층의 소득이 더 많이 오르면 세수도 큰 폭으로 늘 수 있다.

실제로 고소득층의 근로소득세와 상위 기업의 법인세 비중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총급여 1억원 초과자의 근로소득세 비중은 2010년 귀속 연도분의 경우 44.0%에 불과했지만 2014년 50%를 넘어섰고 2015년 52.2%에 이르렀다.

상위 10개 기업의 법인세 비중도 2011년 18.3%에서 매년 늘어나 2015년 23.5%까지 상승했다.

경기 상황의 영향이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는 자산시장이 지난해 호조를 보인 점도 성장률과 세수증가율 간 차이를 만든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국내총생산(GDP)은 자산 거래량의 증가를 포함하지만 자산가치의 상승을 반영하지 않는다. 반면 세수는 두 가지 경우 모두 거래세·재산세 등을 통해 늘어나게 된다.

경기에 후행하는 법인세수가 총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점도 성장률과 세수증가율의 단기적 차이를 유발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법인세는 경기 침체 영향이 당장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 있는데 법인세수 비중이 커지면서 성장률과 국세 전체의 괴리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법인세수가 총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14.6%에서 2000년대 이후에는 21.3%로 급등했다.

보고서는 "성장률과 세수증가율의 불일치는 정확한 세수 추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자산가격 변동과 재정수입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며 소득별로 계층화된 납세자 자료를 근거로 세수를 전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표] 소득세·법인세 양극화 현황

세목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근로소득세	전체 인원 대비 총급여 1억원 초과자 비중 (%)	1.8	2.3	2.6	2.9	3.2	3.4
	1억원 초과자의 결정세액 비중 (%)	44.0	46.8	47.2	48.0	51.6	52.2
법인세	상위 10개 기업이 납부하는 법인세 비중 (%)	-	18.3	17.9	22.4	21.5	23.5
	대기업-중소기업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격차 (%p)	4.0	2.4	1.6	0.4	1.0	2.4

※ 자료제공 : 국회 예산정책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