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정 전 회장이 세무사회공익재단 이사장직을 후임 한국세무사회장에게 이양하겠다는 약속을 깬 데 대해 회원들의 지탄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타 전문자격사단체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회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구정 전 회장은 지난달 31일 세무사회공익재단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6월 후임 한국세무사회장에게 이사장직을 이양하겠다고 한 약속을 깨고 자신의 최측근인 경교수 세무사에게 물려줬다.

이에 따라 회원들 사이에서는 회원 출연금으로 설립되고 공익회비가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세무사회공익재단이 한국세무사회와 이원화되고 파행 운영됨으로써 오히려 세무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공익재단 무용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자격사단체에서는 어떻게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전문자격사단체 가운데 세무사회와 같은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는 거의 없다.

공인회계사회는 2013년 정기총회에서 공익재단(투명사회재단) 설립을 의결하고 출연금 11억5천만원을 준비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회계사회는 ‘별도의 공익재단을 설립하지 않고도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다수 회원들의 의견에 직면했고, 2015년 6월 17일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공익재단 설립을 백지화했다. 공익재단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의 효율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인회계사회는 공익재단이 없는 상태에서도 꾸준히 사회공헌활동을 벌여왔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익지원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별도의 공익재단을 두고 있지 않으면서도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변호사법에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의무화하도록 규정을 명문화해 실질적 봉사에 치중하고 있다. 구호로 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 제고와 실천을 우선시 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법 제27조에는 ‘일정시간 이상 공익활동에 종사할 것’, ‘공공기관,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지방변호사회가 지정한 업무를 처리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대한변리사회와 법무사회 등도 공익재단은 별도로 두고있지 않다.

세무사회 역시 공익재단이 설립되기 이전 다른 자격사단체 못지 않은 사회공헌 활동을 해 왔다.

연말 어려운이웃돕기 성금 전달을 비롯해 노숙자 및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밥퍼 나눔봉사’와 수해 등 재난복구활동, 중국·아이티 등 대지진 구호성금 전달, 미얀마 학교건립 지원 등 세무사회공익재단이 생기기 전에도 조세전문가로서 활발한 공익활동을 실시해 왔다.

현재도 세무사회 차원의 마을세무사 운영 및 네이버지식iN 전문세무상담 등을 통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재능기부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세무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설립된 세무사회공익재단의 실질적인 활동은 연말에 한 번뿐인 장학금 ·지원금 전달에 불과하다.

따라서 회원들이 공익재단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항변하는 등 외면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정구정 전 회장이 재단 이사장직을 후임 세무사회장에게 이양하겠다고 1만2천여 회원과 공문을 통해 약속한 사항을 파기함으로써 세무사회 공헌활동의 주체가 이원화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강남구의 한 회원은 “공익재단 설립당시 전문자격사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를 위해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꾸준히 후원을 했다”면서 “그런데 현재 세무사회공익재단 운영은 한국세무사회를 배제한 채 정구정 전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 몇 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파행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데, 과연 공익재단의 존재가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영등포 지역의 회원 역시 “전체 회원에게 공문을 보내 약속한 공익재단 이사장직 이양을 파기하고 1년 6개월 뒤 자신의 최측근에게 이사장직을 물려주고 자신은 여전히 이사 자리를 유지하는 행위는 회원을 기망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정 전 회장은 회원과 약속한 이사장직을 한국세무사회장에게 이양하여 세무사의 사회공헌 활동이 일원화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무사신문 제688호(2016.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