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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오얏나무 근처 가지 말자"…식사비 각자내기 정착
[2016-10-27 연합뉴스]
혼란 지나 차츰 적응 분위기…청사 주변 식당 및 상가 울상
민원인 접촉 삼가거나 청사내에서 면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 한 달이 지나자 공직사회도 새로운 분위기에 차츰 적응하는 모습이다.

법 시행 초기에는 모호한 법령 해석 기준 때문에 곤란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민원인과 접촉을 삼가거나 법에 명시된 가격을 지켜 식사 자리를 찾는 등 법 테두리 안에서 운신할 방법을 찾고 있다.

행정자치부 공무원들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나 정착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했다.

행자부의 한 과장은 "시행 초기에는 법 해석이 모호해 혼란스러웠지만 각자내기 문화도 자리를 잡는 등 다들 적응하는 것 같다"며 "종전에도 점심에 3만원 넘는 식사는 하지 않았지만, 저녁 술자리는 다소 줄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정부서울청사 구내식당으로 가는 공무원도 많지만, 삼삼오오 청사 인근 식당으로 가는 일행도 많아 점심때 풍경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청사 인근 주점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공무원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최봉규 행자부 청렴팀장은 "직원들이 법을 위반했다는 신고나 민원인들이 금품을 놓고 갔다는 신고도 아직 없다"며 "외부 강연과 관련한 질의만 가끔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청탁금지법 시행 후 업무 전반에서 상당히 조심스럽게 법규를 지키려는 모습이 보인다.

47개 지방관서에서 근로감독관 1천180여명, 산업안전근로감독관 350여명이 일하는 고용부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감독과 위법행위 수사를 맡은 부처라 조사 대상자 등과 접촉이불가피하다.

그동안은 외부에서 식사나 술자리를 겸해 민원인 등과 만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후 이러한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한 일선 근로감독관은 "민원인이 외부에서 만나자고 하면 딱 잘라 거절하고 관서 내로 들어와 공개적인 장소에서 만나자고 한다"며 "외부에서 만났다가 무슨 오해를 살지 모르는데 당연히 이를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외부 민원인은 물론 내부 직원들 간에도 달라진 모습은 엿보인다.

한 국장급 간부는 "예전에는 상사가 서너 차례 밥이나 술을 사면 부하 직원이 한 번 정도 대접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상 앞으로 부하 직원이 밥을 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청사에 내려와 있는 한 정부 부처의 국장급 공무원은 "시행 한 달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외부인과 식사를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외부인과 부득이하게 식사하더라도 과거보다는 저렴한 식당을 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용 신고사이트를 개설한 교육부의 경우 청탁금지법과 관련한 질의가 계속되고는 있지만, 초기보다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신고사이트에 신고된 사안은 없다"면서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이미 촌지 거부 문화 등이 자리 잡았던 만큼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선 근무 관행에 긍정적인 바람이 불고 있지만, 세종청사 주변의 식당가나 술집 등은 울상이다.

공무원들이 괜한 오해를 피하고자 구내식당 등을 이용하거나, 외부 손님과 만나더라도 1인당 3만원 이하의 값싼 메뉴만을 찾는 바람에 식당가는 손님 수와 매출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용부 사무관은 "한우 식당의 경우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며 "잘 아는 중식당 주인은 '더는 버틸 수 없어 이제는 종업원을 줄여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정부청사 주변 상권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타격이 뚜렷해 보인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주된 고객인 국무조정실 인근의 상가 건물에는 부쩍 빈 상가가 눈에 띈다. 관가에서는 서울 못지않은 비싼 임대료에 청탁금지법 시행 여파까지 더해진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세종청사 인근 도램마을 유흥가 역시 저녁 내내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던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각종 대민업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도 '1호' 위반자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A씨는 회의 후 식사 등을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까 봐 아예 회의를 안 하는 쪽으로 유도할 정도라고 전했다. 산하 민간위탁 기관 직원들에게도 김영란법 관련 교육을 철저하게 당부하고 있다. 배우자 단속도 필수다.

이 때문에 실제 인허가 관련 부서는 김영란법 전후의 생활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 관련 부서 과장 B씨는 예년에는 식사 약속이 빽빽했으나 지금은 연말까지 텅 비었을 정도다.

송파구에서는 '청렴식권' 사용이 늘었다. 인허가 부서에서 민원인과 만나면 구내식당에서 식사한다. 총무과에서 부서에 지급한 3천500원짜리 청렴식권을 사용한 뒤 날짜와 상대방 이름 등을 제출하는 것이다.

법 시행 이후 한동안 '이것도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느냐' 등 문의가 빗발쳤으나 지금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서울시 감사 업무 관계자는 "시행 직후 문의 전화가 하루 40∼50통에 달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하루 5∼10통에 그친다"고 말했다.

주로 민간위탁사업이나 각종 위원회 관계자들이 자신도 청탁금지법상의 공무수행 사인인지 묻는 전화와, 자치구 등에서 여는 불우이웃돕기 행사가 혹여나 이 법을 위반할 여지가 있는지 묻는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은 여전히 '1호'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긴커녕 근처도 지나가지 않을 정도로 몸을 움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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