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럽연합은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사에 2003∼2014년까지 아일랜드 정부가 EU규정을 어기고 애플에 깎아준 세금을 토해내라고 결정했다. 이외에도 구글과 같은 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문제에 대한 현안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 알고 넘어가자 ‘구글세’
‘구글세’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구글이 내는 세금’이라서 구글세라고 오해할 수 있으나, 그 뜻은 조금 다르다.
‘구글세’의 경제학적 의미는 ‘특허료 등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도 조세 조약이나 세법을 악용해 세금을 내지 않았던 다국적 기업에 부과하기 위한 세금’이다.
구글세는 특히 정보통신기술에 기반을 두고 글로벌 사업을 운영하는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부과되는 각종 세금을 일컫는데, 대표적으로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이 있으나 최근에는 스타벅스, 이케아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이에 포함된다.
■ 많이 벌지만, 많이는 내지 않는 그들
스티븐 잡스와 아이폰, 맥북 등으로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애플이나, 인터넷 검색, 클라우드 컴퓨팅, 인터넷 광고 서비스를 제공해 세계 최고 검색 사이트로 등극한 구글 등은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수입을 거둔 뒤, 특허 사용료나 이자 같은 명목으로 저세율국가 계열사로 수익을 넘겨서 세금을 절세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 가능해진 것은 다국적 기업은 글로벌 영업망이 있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 디지털로 거래하다보니 물리적인 형체가 없어 고정사업장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고정사업장이 필요가 없다는 것은 국경간의 이동이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거래정보에 대한 정확한 파악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현황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 an)에 따르면 2013년 구글의 영국 내 매출액은 56억 달러로 7조에 가까운 금액이지만, 납부한 법인세는 2천50만 파운드, 한화로 400억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영국의 법인세율이 대략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이전 세무사신문[제682호(2016.8.16.자)]에는 ‘Double Irish and Dutch Sandwich(더블 아이리시 앤 더치 샌드위치)’를 주제로 기고가 게재된 바 있다. 바로 이 ‘Double Irish and Dutc -h Sandwich’가 바로 애플의 대표적인 조세 회피 기법인데, 다국적 기업이 유럽 안에서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아일랜드, 그리고 아일랜드와 조세 협정을 맺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네덜란드를 활용해 양국에 각각 지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이런 회계 기법을 통해 애플을 비롯한 다수의 다국적 기업은 높은 수익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으로 세금을 회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세계적 규모의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 규모는 연간 1,000억∼2,400억 달러(약 11조∼280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해외기업 15곳이 법인세를 단 1원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세청이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 해외법인 9천532곳 가운데 법인세 납부액이 ‘0’원인 기업은 4천752곳으로 확인됐다.
■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 이제부터가 시작!
이런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터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다국적 기업의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즉 BEPS 문제에 대한 대응 사항을 승인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조세회피 대응책으로 ▲기업과세 일관성 확보 ▲국제기준 남용 방지 ▲투명성 확보 등을 내세워 BEPS프로젝트를 발동시켰다.
BEPS프로젝트에서는 국가 간 세법차이와 저세율로 인한 이익 유보, 금융비용 과다 공제 등을 활용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조세조약 혜택 남용 및 고정사업장 회피, 특수 관계자 간 이전가격 조작 방지, 다국적 기업의 소득 등 정보 공유, 분쟁 해결 절차 개선 등 세원 및 세정의 투명성 제고 등에 초점을 두고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로 했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이 위에서 설명한 ‘Double Irish and Dutch Sandwic -h’를 막기 위해 지급 사용료나 수수료의 적정성을 엄밀하게 따져 비용 공제를 인정해 주지 않기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구글세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가 지난 7월에 발표한 2016년 세법개정안에는 다국적 기업에 국가별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직전연도 연결재무제표 매출액이 1조원을 넘는 국내 소재 다국적기업의 모 회사는 매년 국가별 소득과 세금 등의 배분내역, 국가별 법인 목록과 종업원 수 등 사업 활동 정보를 국세청에 제출해야만 한다. 이때 제출기한은 모회사의 사업연도 말부터 12개월 이내이며, 시작은 2016년 과세연도분에 대해 2017년 말까지 국가별 보고서를 제출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6월에 맺은 다자간 협정에 따라 내년 말 제출받은 국가별 보고서를 2018년부터 44개 가입국과 교환할 예정이다.
■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그 ‘아이러니’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I’기업은 지난 2014년 12월 한국에 진출해 현재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웨덴 기업이다. 하지만 이 스웨덴 가구 업체의 본사는 네덜란드 델프트에 위치하고 있다. 스웨덴의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본사를 옮겨버린 것이다. 네덜란드는 세제 혜택이 많다. 특히 네덜란드 소재 기업이 해외로 지불하는 이자와 로열티는 원천 과세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이케아의 입장에서는 많은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국인 스웨덴에는 세금을 전혀 내고 있지 않으면서 마케팅으로는 사회민주주의 국가인 스웨덴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민주적인 디자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금을 덜 내려는 사람들과, 세금을 정확히 거두어들이려는 사람들의 세금전쟁은 수세기에 걸쳐 서로 물고 물리며 지금까지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금전쟁’이 이번 BEPS프로젝트와 구글세 도입으로 인해 어떤 행보를 걷게 될 것인지 기대된다.

세무사신문 제685호(201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