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제 전문가들은 6일 2015년 세법 개정안이 청년 일자리 창출, 중산·서민층 재산 형성에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뚜렷한 세수 확충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했다.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 창업자금에 대한 과세이연은 고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세수 확충과 조세 형평성 동시에 추구해야"
현재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과 중산·서민층 재산 형성, 소비 여건 조성 등에 비중을 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세수 확충 방안이 매우 미흡하다. 매년 재정 적자폭이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확충 효과가 1조원을 조금 넘는다는 것은 문제다. 대규모 재정적자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 자영업자 간이과세 정비, 고소득자 탈세 적발 등 획기적인 세원 확대 방안을 통해 세수 확충과 조세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래도 세수가 부족하면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고소득자, 대기업의 최저한세율 상향 조정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 창업자금에 대한 과세이연 등 고소득층에 유리한 항목도 눈에 띈다. 특히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는 금융 과세 흐름과 배치될 우려가 있다. 근로소득에 비해 금융소득 실효세율이 낮기 때문이다. 창업자금에 대한 과세이연은 기회균등의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식세대의 기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정부가 기존 세법 개정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에 대한 분석자료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가계소득증대세제 시행으로 가계소득은 얼마나 늘었고 세수는 얼마나 줄었는지에 대한 개략적인 분석 결과가 제시된다면,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업무용 승용차 과세 합리화·종교인 과세 긍정적"
청년일자리 창출과 근로자 재산형성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 세제 혜택이 필요했다.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업무용 승용차 과세 합리화, 양도소득세 과세 강화, 종교인 소득 과세체계 정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세수 결손이 계속 되는 상황에선 더 근본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연간 1조원 세수 확충 효과는 필요한 증세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으로 세금이 5천500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자칫하면 근로자·서민층보다 세금 부담능력이 있는 계층에 대한 감세가 확대될 수 있다.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가입해 혜택을 보는 사람은 주로 여력있는 중상위계층일 것이다. 앞으로 5년간 세수는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순서로 확충 규모가 큰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2018년 이후에는 오히려 법인세가 감소한다. 소득세와 부가세 중심인 정부의 세제 개편 구도를 법인세로 옮겨야 한다.
현 정부는 재정절감 60%, 비과세·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 40%의 비율로 135조원의 세원을 확충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비과세·감면을 계속해서 축소하겠다고 하지만 매년 일몰이 연장되거나 새로 생기는 항목이 무척 많다. 비과세·감면의 일몰 연장이 꼭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 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
"종교인 과세 법제화 잘한 일…시설투자세액 공제 줄인 점은 아쉬워"
특별한 세수 확충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등 실질적인 세수 증대 효과가 거의 없는 세법 개정안이다. 연말정산 파동을 겪은 데다가 내년에 총선이 있어 강력한 세제 개편 드라이브를 거는 데 부담을 느낀 것 같다. 국민적인 관심사인 종교인 과세를 법제화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세법 개정을 하면서 시설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줄인 점은 아쉽다. 과거에는 경제살리기에 나설 경우 시설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세제지원을 했는데, 이번에는 반대 방향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시설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세제가 지원돼야 한다.
생산성 향상 시설에 대한 세제지원도 중소기업까지 축소한 것은 경제살리기 기조와 맞지 않는다. 비과세·감면 축소가 너무 강조된 것 같다. 비과세·감면에 따른 세부적인 세수 확대 금액도 제시돼야 한다. 청년고용 증대세제의 효과도 미지수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시스템적으로 사람이 필요하면 뽑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런 세제혜택이 고용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