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말 가계 부채는 1025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중은 86%를 기록해,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평균인 69%를 뛰어넘었고 국가 예산과 비교하면 약 3배 수준이다.
‘LTV·DTI’(담보인정비율·부채상환비율) 논쟁은 지난 정부에서도 계속돼 왔다. 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목적은 가계 부채를 억제하고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지키는 것이나, 부동산 침체에 의해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면서 마치 시장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처럼 비쳐졌다.
전문가들은 LTV·DTI 규제 자체의 문제보다는 LTV·DTI에 의해 부동산 시장이 실제 살아날 수 있을 지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급한 규제 완화는 주택 구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 부채 문제를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양도세·취득세 인하 후 주택 시장 반짝 = 현재 수도권 아파트의 LTV는 감정가의 60%. 대출 만기가 10년 이상이고 아파트 가격이 6억원 이하를 기준으로 했을 때다. 강남·서초 등 투기 지역으로 분류되면 아파트냐 주택이냐에 따라 LTV가 40~50%까지 떨어진다.
정부가 이처럼 대출 한도를 줄인 것은 주택 가격 붕괴 후 하우스 푸어들이 집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리면서 상환 능력에 맞춰 신용공여를 허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하우스 푸어의 대다수가 중산층에 해당하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정책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 지난해 새 정부 출범 후 정부는 양도세와 취득세를 감면하는 등 부동산을 회복시키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으나 시장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특히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내수와 소비가 위축되면서 주택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에 따르면 주택 가격 상승률은 1% 미만으로 미미한 동시에 수요 위축에 따른 미분양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 결과 LTV를 10% 올릴 때 주택 가격 상승률은 0.7% 정도이다.
그러나 사회 초년생, 젊은 부부 등 주택을 구입할 만한 실수요자는 꾸준히 생기기 때문에 LTV·DTI 규제 완화가 결국 부동산 시장의 심리적 회복에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시공학박사)은 "주택 거래량이 급증하기를 기대하기보다 부동산의 심리적인 냉각을 막고 실수요자가 주택을 구입하기 쉬운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종완 원장은 "지난해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과 취득세 영구 인하가 시행되며 3월까지 수도권의 주택 거래량이 증가했다. 이후 4월에 임대 소득 과세 문제가 불거지며 다시 줄었다"고 설명했다.
□LTV 등 규제완화에 기대·우려 교차 = 만일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들어가면 LTV·DTI 규제 완화 이후 빚을 내 집을 사도 결국 투자 목적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실제 거주를 위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 초 정부가 금융 규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LTV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제보가 상당수 접수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집을 사려고 하는데 LTV 때문에 대출 한도가 적게 나와 자금이 부족하다며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매우 많았다”고 밝혔다.
대출 금액이 부족할 경우 신용 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도 생기기 때문에 결국 DTI 문제로 이어진다. 또 감정가가 높게 나오는 은행이나 LTV가 비교적 자유로운 저축은행, 상호금융(농·수·축협)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면서 차주들이 높은 금리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의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주택담보대출이 순수한 주택 구입 용도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생활 자금, 사업 자금, 대출금 상환의 용도로 사용돼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실물경제를 살리고 소득을 올리는 게 기본이다. 실물경제가 얼마나 얼어붙었는지는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보면 알 수 있다”며 "소득을 살리고 가계 부채를 점차적으로 줄여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LTV와 DTI는 정책 수단으로 잘 관리해야 하지만 손도 못대는 안이라고 생각 안한다”고 말했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LTV·DTI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정책에 의해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차주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면서 장기적으로 부채를 줄이고 주택을 소유하면 부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며 “이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세무사신문 제632호(2014.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