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회장 위철환·이하 변협)가 14년 만에 '변호사 윤리장전'을 개정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이사회에서 확정한 개정안을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최종 의결한다.
개정안에서 변협은 기업에 고용된 사내 변호사의 윤리 규정을 포함해 총 37개 조문을 새로 만들거나 수정했다.
◇ 사내변호사 윤리 규정 신설…'회사 비위 알려야'
개정안 53조에는 기업의 비리 등을 인지한 사내 변호사의 처신에 관한 규정이 신설됐다.
변협은 '업무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위법 행위를 조직의 장이나 집행부, 다른 관계 부서에 말하거나 기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또 51조에는 '사내변호사는 업무 수행에 있어 변호사로서 독립성 유지가 기본 윤리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내용이 새로 마련된다.
이들 규정은 증가 추세인 사내변호사의 윤리 기준에 대한 법조계의 고민을 반영한 결과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그룹 비리 폭로'를 계기로 관련 논의가 확산했다.
변협의 한 회원은 "당시 법조계에선 김 변호사의 폭로가 윤리적인 선택이었다는 쪽과 의뢰인의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쪽의 설전이 벌어졌다"며 "변협이 논쟁 이후 윤리장전을 통해 사내변호사의 처신 방향을 제시했다고 풀이된다"고 말했다.
◇ '전관예우' 규제 강화
개정안에는 '전관' 변호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38조는 '변호사가 개인적인 친분이나 전관 관계를 이용해 법원이나 수사기관 등의 공정한 업무 수행에 영향을 미칠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변협은 또 39∼40조를 통해 '변호사가 사건을 유치할 목적으로 법원·수사기관·교정기관 등에 출입'하는 행위나 '변호사가 법원·수사기관 등의 공무원에게서 해당 기관의 사건을 소개받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 밖에 정부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업무에 이용하지 않고(41조),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을 때는 겸직 중인 정부기관의 사건을 수임하지 않는다(42조)는 규정도 새로 정했다.
변협은 개정안에서 "전관 관계가 공정한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하는 등 법원·수사기관에 대한 변호사 윤리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 보수 관련 윤리 기준은 현실화
변협은 개정안에서 보수와 관련해 요구되던 변호사의 윤리 기준을 현실화했다.
'변호사의 사명은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에 있기 때문에 직무는 영업이 아니다', '변호사는 국민의 봉사자로, 보수가 부당한 축재 수단이 돼선 안된다' 등 29조의 항들을 삭제했다.
또 '조세포탈 등 어떤 명목으로도 수임료를 숨기거나 영수증을 조작하면 안된다', '사건 유치를 위해 다른 변호사와 부당하게 경쟁하면 안된다'는 36∼37조도 지웠다.
기존 장전 전체 문장의 서술어를 강제성을 내포한 '해야 한다'에서 '한다'로 바꿨다.
변협은 "2000년 변호사 윤리장전 개정 이후 사회·경제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법조 환경이 크게 변화함에 따라 변호사의 윤리의식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현실에 보다 잘 부응하는 내용과 표현으로 장전을 개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변협의 회원은 "이번 개정안에는 상인으로서의 변호사 정체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며 "최근 변호사들의 자기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변호사윤리장전은 변호사법과 함께 비위 변호사에 대한 징계 근거가 되는 규약이다. 변협은 이들 법·규약에 따라 영구제명, 정직, 과태료, 견책 등 징계 조치를 내린다.
변협은 지난 2008년 변호사윤리장전 개정 작업에 착수해 6년만에 개정안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