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유럽 경제권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금융거래세(일명 토빈세)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추진하는 금융거래세는 성공 가능성이 없으며,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누아예 총재는 "금융거래세는 관련 국가에 엄청난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프랑스 정부가 (금융거래세를 도입해) 금융 산업의 모든 영역을 파괴하고, 국가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 총재 입장에서 가장 큰 걱정은 (프랑스) 환매 시장이 고사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며 "(금융거래세 시행은) 우리의 통화정책에 손상을 입히고, 금융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프랑스가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면 상당수 기업들이 영국 런던 등 금융거래세를 시행하지 않는 지역으로 빠져나가 금융 시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누아예는 또 프랑스 경제 상황과 관련해 "구조적인 개혁을 통해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며 "향후 개혁을 위한 노력은 프랑스 정부의 공공지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거래세는 1970년대에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제안해 토빈세(일명 로빈후드세)라고 불리는 세금으로, 주식과 채권 거래에는 0.1％, 파생상품 거래에는 0.01％의 세금을 물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내년 1월부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11개국에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유럽 전역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유럽 최대의 금융 국가인 영국은 금융거래세 시행으로 피해가 우려된다고 반발하며 지난 4월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정식 제소 절차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채권,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세금 부과는 유보하고 주식 거래에만 세금을 물리며, 세율도 기존의 0.1％에서 0.01％로 낮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영국 등 상당수 국가의 반발이 잦아들지 않고 있어 금융거래세가 순조롭게 도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U 법률고문단은 지난달 토빈세 시행과 관련해 "EU 조약에 위배되고 불참 국가를 차별하며 EU 회원국들의 조세 관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