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장맛비가 내린 반면 부산지역은 맑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지난해보다 12.4%나 급증했다.

주변 식당과 술집 등은 사상 유례없는 특수를 누렸지만 경기침체로 알뜰 피서가 대세를 이뤄 특급호텔들은 큰 재미를 못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서객 증가와 함께 성범죄도 늘었고 불법 숙박업이 성행했다.

◇사상 최다 피서인파 = 1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6∼7월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1천586만5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410만5천명)보다 12.4% 늘었다.

이는 사상 최다 규모다.

특히 해운대해수욕장에는 647만3천명이 다녀갔고 광안리해수욕장과 송도해수욕장에도 각각 408만5천명과 271만명이 몰렸다.

덕분에 해수욕장 주변에 있는 식당, 술집, 커피숍, 편의점 등은 밀려드는 손님으로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편의점은 주말에 물건이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

해운대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한 커피숍 주인은 "올해 여름처럼 장사가 잘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새벽까지 손님을 맞이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고 말했다.

◇'알뜰 피서'가 대세 = 그러나 경기침체의 여파로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피서객들의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김밥, 과일, 음료수 등 간식을 준비해온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쉽게 눈에 띄었고 게스트 하우스와 모텔 등 비교적 저렴한 숙박업소가 큰 인기를 모았다.

또 주변 찜질방은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의 숙소가 되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피스텔과 원룸을 이용해 피서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불법 숙박업도 성행했다.
이 때문에 특급호텔들의 여름 특수는 기대 이하였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과 롯데호텔부산,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 등만 지난 7월 투숙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포인트 상승했고 대다수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내려간 곳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장맛비가 계속된 중부지방에서 예약했던 손님들이 원정휴가를 취소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알뜰 피서가 대세를 이루면서 투숙객이 예상외로 많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각종 범죄·안전사고도 속출 = 지난 7월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비키니 차림을 한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몰래 촬영하던 내·외국인 10명이 적발됐고,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는 불법 체류 사실이 확인돼 구속됐다.

비키니 여성을 몰래 찍은 12명이 사진을 모두 삭제하고 훈방되기도 했다.

지난해 적발된 성범죄자(6명)보다 무려 3.6배나 됐다.

또 지난 7월 13일에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40대 피서객이 아들을 찾으려고 바닷물에 뛰어들었다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해운대해수욕장의 4년 무사고 행진이 막을 내렸다.

물놀이를 하다가 해파리에 쏘여 부상한 피서객도 62명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자정이 넘어가면 백사장이 거대한 술판으로 변하고 버려진 쓰레기가 넘쳐 나는 구태가 반복됐다.

심야에 굉음을 울리며 폭주하는 오토바이와 과속으로 도로를 질주는 차량도 여전히 골칫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