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등 공공기관 정보공유 '미흡' 원인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공공기관들의 '칸막이 행정'으로 징수하지 못한 세금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국세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35개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정보의 공유·활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관계기관 간 정보공유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세금을 제대로 부과하거나 징수하지 못한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9∼2012년 관세청의 불법 외환거래 단속에 걸린 28개 업체를 표본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에서 세금 993억원을 탈루한 혐의가 추가 확인됐다.

관세청과 국세청이 불법 외환거래 단속 정보를 공유했다면 1천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국세청은 그동안 제공받지 못한 국외재산도피, 자금세탁 등에 관한 조사 자료를 전부 점검할 수 있다면 2천103억원(최근 5년치)의 세금 부과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마찬가지로 국세청도 역외 탈세를 저지른 업체 정보를 관세청에 제공하지 않아 해당 업체들에 대한 불법 외환거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감사원은 관세청장과 국세청장에게 불법 외환거래와 역외 탈세 조사자료를 서로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세금을 덜 걷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감사 결과 지자체들이 국세청으로부터 미등기 양도자산(토지, 건물, 부동산 등의 취득 사실을 등기하지 않고 남에게 양도한 자산) 정보를 넘겨받지 못해 부과하지 않은 취득세가 최근 2년간 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등기 양도에 따른 과징금 7억여원을 합치면 32억원이 넘는 금액이 탈루된 셈이다.

역시 국세청과의 정보공유 부실로 최근 3년 간 부과하지 못한 골프회원권 취득세도 10억원에 이르렀다.

또 법원행정처가 세금 체납자에게 경매 배당금이나 공탁금을 지급할 때 국세청 등에 이런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아 체납액 징수 기회를 놓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감사원 분석 결과 최근 3년 동안 모두 9천여명의 국세·지방세 체납자가 법원으로부터 총 1천600억여원의 공탁금 또는 배당금을 세금으로 떼이지 않고 고스란히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관 간 칸막이로 각 기관에서 조사한 자료가 세금 부과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번 감사를 통해 앞으로 상당한 재정 확충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