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건강보험료로 얼마를 내야 할까?

어려운 가계살림을 반영해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건강보험료가 동결될지, 아니면 소폭이든 대폭이든 오를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5월 31일 가입자인 국민을 대신해 의사협회,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등 7개 의료공급자 단체와 가격협상을 벌여 내년도 지급할 의료서비스 제공 비용의 인상률을 결정했다.

건강보험료는 보통 수가라 불리는 의료서비스 비용이 정해지고 나서 이와 연동해 책정된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정책 관련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이달 말 열려 2014년도 건강보험료를 확정한다.

건정심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건강보험료를 정한다.

특히 수가 인상률과 함께 현재의 건강보험재정 상태를 점검해 여유가 있으면 인상폭을 최소화한다.

또 실물경제도 중요한 고려요소다. 경기가 어려운데 금전적 부담을 줄 수 있는 건강보험료를 무턱대고 올렸다가는 자칫 국민적 저항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건강보험의 혜택을 넓히는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한 국민 요구와 정부의 의지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이런 여러 가지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계산하고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쟁을 거쳐 건정심은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내려고 하지만 합의에 실패하면 표결로 건강보험료를 결정한다.

지난해 건정심은 올해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1.6%로 잡았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듬해인 2009년에 사상 최초로 건강보험료를 동결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최근 연도별 인상률은 2010년 4.9%, 2011년 5.9%, 2012년 2.8%였다. 건강보험공단이 출범한 2000년 이후 전체 연도를 놓고 보더라도 올해 인상률은 두 번째로 낮다.

이처럼 예년에 견줘 올해 건강보험료 인상률이 낮았던 것은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의 사업 수지 당기잉여금이 3조9천411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곳간이 뒷받침해준 덕분이다.

여기에다 어려운 경기상황을 참작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정부의 정책적 목표가 더해지면서 건강보험료 인상폭은 더 떨어졌다.

하지만, 내년 건강보험료는 어느 수준에서 정해질지 점치기 어렵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국가 보장을 강화하고 선택진료비·간병비·상급병실료 등 이른바 3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 건강 보장성을 높이려면 세금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확대하든지, 아니면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방법 말고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현재의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