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전체 27개 회원국을 상대로 탈세 방지를 위해 핵심 은행정보를 교환하는 개혁안을 추진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알기르다스 세메타 조세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달 안으로 각 회원국의 조세 당국이 자본이익, 배당금 등 내용을 포함한 은행 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도록 하는 개혁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개혁안은 사모펀드나 헤지펀드를 포함한 '큰 손'들의 탈세를 뿌리 뽑기 위한 것으로 최근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5개국이 은행정보 상호교환에 합의한 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27개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이 개혁안이 통과되면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 등 주요 투자펀드들이 근거지를 둔 국가들도 관련 은행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EU 집행위는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개혁안을 추진했으나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법적 구속력 없이 시행 시기도 2017년까지로 늦춰지는 등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조세피난처에 재산을 숨긴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명단이 공개된 뒤로 조세회피와 각종 역외 탈세를 봉쇄하려는 국제사회의 공조 노력이 강화하면서 EU의 이러한 시도에도 힘이 실렸다.

실제로 유럽에서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꼽히던 룩셈부르크가 최근 은행정보 공유에 반대하던 기존 입장을 버리고 은행계좌 정보 교환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은행정보 공유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지만 세메타 집행위원은 EU 27개 회원국 모두 은행 비밀주의를 버리고 탈세 방지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메타 집행위원은 "정치적 상황이 변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포괄적인 은행정보 교환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5개국만 은행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27개 회원국 모두 같은 기준을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