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용시장이 빠르게 늙어간다.

청년이 노동시장에서 겉도는 사이 고령층과 장년층 취업자는 급증세다.

급기야 취업자 통계를 낸 1963년 이래 처음 보는 현상이 속출했다. 일하는 할아버지가 손자뻘일 수도 있는 20대 남자 취업자보다 많아졌고, 여성에선 베이비 붐 세대에 해당하는 50대의 취업자 수가 30대를 앞지른 게 대표적이다.


◇남자 취업자 '60세이상 > 20대'…여자는 '50대 > 30대'
28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남자 취업자 중 60세 이상은 180만2천명으로 2011년(169만5천명)보다 10만7천명(6.3%)이나 늘었으나, 20대는 172만3천명으로 전년(173만4천명)보다 1만1천명(0.6%) 줄었다.

남자 취업자 중 환갑을 넘긴 연령층이 20대보다 많아진 것은 통계를 낸 이래 처음이다. 20대는 연령대 중에 사실상 꼴찌가 됐다. 비중은 40대(27.3%)-30대(25.3%)-50대(22.2%)-60세이상(12.5%)-20대(12.0%)-10대(0.7%) 순이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20대는 근 50년 전만 해도 노동시장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연령대였기 때문이다. 1963년 연령별 비중은 20대(26.0%)-30대(25.7%)-40대(20.2%)-50대(12.5%)-10대(10.9%)-60세이상(4.7%) 순이었다.

남자 20대는 1965년 30대에 1위 자리를 내주고 1996년에는 40대에 밀려 3위로, 2005년에는 50대에 밀려 4위가, 작년에는 60대에 추월당해 5위가 된 것이다.

여자 취업자에서도 연령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난해 여성 취업자 중 50대는 215만6천명으로 전년(205만1천명)보다 10만5천명(5.1%) 늘어 처음으로 30대를 앞섰다. 30대는 전년(210만명)보다 1만4천명(0.7%) 증가에 그쳤다.

◇고령자는 계속 일하고 청년은 일자리 문턱 못넘어
이런 현상은 기본적으로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저출산에 따라 20대 인구는 줄고 고령 인구는 늘어난 것이다.

10년 전인 2002년 전체 인구에서 20대 비중은 16.9%였으나 2012년에는 13.6%로 3.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에 60세 이상은 11.9%에서 16.5%로 4.6%포인트 상승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남자 취업자 중에 60세 이상이 20대보다 많아진 것은 인구 구조의 변화 영향이 크다"며 "여기에 작년 하반기에 고용률이 하락한 20대의 고용 부진 현상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로 고용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20대가 '스펙 쌓기'를 위해 고용시장 밖으로 벗어난 것도 20대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준 것이다.

이에 반해 60세 이상은 기대여명이 상승함에 따라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계속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자 취업자 중에 50대가 30대보다 많아진 것은 대부분 인구효과 때문이다. 30대 여성은 전년보다 취업자가 늘었는데도 일하는 50대가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가 포함된 50대는 공급 측면에선 사회복지 분야와 파트타임 일자리 확대 정책에 따라 일자리가 늘고, 수요 측면에서는 자녀 교육비 마련과 노후 대비를 위해 일하려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청년과 여성은 취업애로계층이라 민간의 흡수여력이 크지 않다. 올해는 고용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에 특히 청년 일자리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공부문에서 청년채용을 늘리고 민간부문의 청년 채용에 대해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