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범이 포탈한 세금을 냈더라도 자발적이 아니라 체납처분에 의한 것이라면 형량을 깎아줘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양형위원회 공청회에서 제기됐다.

이천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1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기수) 주최로 열린 조세ㆍ공갈ㆍ방화범죄 양형기준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서 조세범죄 양형기준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달 마련된 조세범죄 양형기준안은 '포탈한 세액 중 일정부분 이상이 징수됐거나 징수가 예상되는 경우'를 일률적인 감경인자로 정했다.

신호영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탈세행위자가 계속 사업을 이어간다면 향후 조세납부와 고용창출 등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만큼 그냥 폐업하는 사례와 비교해 형을 감경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문화재ㆍ산림에 대한 방화 범죄에 대해서는 감경을 제한하고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형기준안은 인명피해에 이르지 않은 일반 방화범죄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을 감경인자로 설정했으나 공공에 대한 위협이라는 범죄 특성상 감경인자를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특히 문화재ㆍ산림에 대한 특별방화는 사회 전체적 피해를 고려해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기죄 양형기준에 '내부비리 고발'을 감경사유로 삼은 점을 들어 "폭력단체의 공갈범죄를 신고한 내부비리 고발자에 대해서도 형을 감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조세ㆍ공갈ㆍ방화범죄 양형기준안을 마련한 대법원 양형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다음 달 4일 전체회의를 열어 양형기준안을 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