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 해의 영국령 케이먼 군도가 '조세 피난처'란 악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FT는 이날 1면 머리기사로 케이먼 군도 통화청(CIMA) 자료를 인용해 CIMA가 역내에 거점을 둔 몇 천 개의 헤지펀드와 운용 책임자 명단을 공개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DB)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CIMA가 이들 헤지펀드에 제안서를 발송했으며 이들과의 협의를 오는 3월 중순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FT는 밝혔다.

CIMA는 이와 관련해 아일랜드 중앙은행 및 바하마 금융청 등과도 협조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FT는 덧붙였다.

FT는 금융 위기를 계기로 조세 피난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진 것이 계기이지만 정치권보다는 투자자 쪽 압박 가중이 케이먼 군도를 움직인 더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대형 연기금의 헤지펀드 투자를 중개해온 헤르메스 BPK의 운용 책임자 빈센트 반덴브루케는 FT에 "(헤지펀드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라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기관투자가가 더는 조세 피난처의 비밀주의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지난 2011년 케이먼 군도에 거점을 둔 헤지펀드 몇 백 개의 이사회 구성원이 중복된다는 점을 폭로한 바 있다.

케이먼 군도 금융계에 인력을 공급해온 헤드헌팅사 관계자도 "이번 조치가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