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며, 향후 5년 동안 우리나라 조세정책에도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등 박근혜 당선자(이하 박 당선자)가 내걸은 각종 복지 공약을 실천하는데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수입을 늘리는 방안이 적극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 당선자가 그동안 내세웠던 복지재원 마련 방안을 고려할 때, 당장 법인세나 소득세의 세율을 크게 올리는 ‘증세’(增稅)를 시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율을 인상하거나 새로운 세금을 만들기보다는 비효율적인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하는데 조세정책의 포커스가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MB정부가 추진해온 공평과세 기조를 이어가며 국세청을 중심으로 세무조사를 확대해 탈세를 방지하고, 체납세금 징수를 강화하는 등 고강도 세무행정을 펼쳐 복지재원 확충에 필요한 세수입을 확보할 전망이다.
□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 정비”…5년간 135조원 마련 = 우선 박 당선자의 조세정책 기조는 법인세, 소득세 등의 세율을 올리는 대신 현재 과세하고 있는 세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대로 걷는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자는 이미 법인세율 인상에 반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민간 차원의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법인세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소득세 인상도 지난해 38%의 최고세율 구간이 신설된 만큼 앞으로 제도 운영 추이와 구간별 소득자 분포 변화 등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갑작스런 세율 인상 및 과표구간 조정 등은 없을 전망이다.
대신 매년 반복적으로 일몰이 연장되고 있는 비효율적인 조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할 방침이다. 대기업 등에게 혜택이 돌아가던 각종 특혜성 비과세·감면 제도가 당장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통해 상당히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소득공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조세감면제도를 소득수준에 따라 적절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단계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박 당선자는 비과세·감면 정비와 함께 토목건설 분야의 예산을 줄이는 등 불필요한 정부 지출을 축소하고, 중복되거나 유사한 복지예산을 통폐합하는 등 세출 구조개혁을 동시에 진행해 매년 27조원씩 임기 5년 동안 총 135조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 “세무조사 강화, 탈세 차단”…조세부담률 ‘21%' 회복 = 박 당선자는 비과세·감면 정비와 함께 국세청을 중심으로 세무행정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제대로 걷지 못한 세금을 철저히 과세해 복지재원을 확충한다는 입장이다.
세제개혁을 뒷받침할 세무행정을 강화해 탈세를 차단하고, 체납 세금을 최소화하는 등 MB 정부가 추진해 온 공평과세 정책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현재 19%까지 떨어진 조세부담률을 오는 2017년까지 21%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대기업, 고소득자 등의 불법적인 탈세를 막기 위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박 당선자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기능을 납세서비스 기능과 분리해 납세자 유형이나 업종별로 특화시키고, 세무조사 대상 선정방식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고액·상습 체납자를 중심으로 체납세금 징수업무도 한층 강화한다. FIU(금융정보분석원)의 고액현금자료 등 국세청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금융자료의 접근성을 확대해 탈루 소득을 차단하고 체납징수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조세회피가 잦은 사업소득의 투명성을 높여 소득세를 제대로 과세하고,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대주주 과세범위를 확대하는 등 금융소득 과세도 강화한다. 국세청 정보화시스템을 보완해 세원을 양성화하는 등 지하경제 규모도 축소할 방침이다.
현재 4000만원으로 설정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과거 부부합산 과세시의 기준금액이므로 3000만원 이하로 하향 조정해 개인기준으로 현실화하는 등 근로소득과 금융소득의 과세균형을 맞추는 방안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 “서민지원·일자리 창출”…친서민 세제지원 추진 = 박 당선자는 비과세·감면 축소, 세무조사 강화 등으로 대기업과 고소득자로부터는 세금을 제대로 걷고, 서민들과 중산층에 대해서는 각종 세제지원 제도를 확대할 예정이다.
우선 현재 시행중인 각종 조세지원 제도를 고용창출, 서민지원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조세정책 기본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국세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친서민·근로유인 세제지원 정책인 근로장려세제(EITC)도 확대한다. 근로장려금 수급을 위한 총소득 기준을 높여 더 많은 저소득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무자녀 중고령층과 청년층까지 지원대상을 확대한다.
자녀 보육·양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새아기 장려금'(자녀장려세제) 제도도 신설한다. 만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연소득 4000만원 이하 가구에 환급형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의 장려금 지급을 검토한다.
도산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성실납세자들에게 국세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국세납부 마일리지 제도를 만들고, 일자리 창출 방안의 하나로 창업을 지원하고자 엔젤투자 세제지원을 확대한다.
부양의무자 소득 때문에 취약계층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기초생활수급자들의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높이고, 개인택시 차량구입비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편 바닥이 훤히 드러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부가가치세액의 5%로 설정된 지방소비세의 세율을 인상하고, 취득세 중심의 지방세원을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한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로 개편할 계획이다.
박 당선자는 최근 조세정책 운영방향에 대해 “세부담이 낮은 자본이득 분야, 소득투명성이 낮은 사업소득 분야, 각종 비과세감면이 많은 부분 등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과세도 경쟁력 있게 유지하고 고용친화적 성격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무사신문 제595호(20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