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세수도 늘릴 수 있는 금융거래세를 외환과 파생금융상품 시장에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외환시장에 대해선 금융기관 거래에 한정해 평소에는 영세율을, 비상시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나왔다.

21일 한국조세연구원의 홍범교 조세연구본부장과 이상엽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금융거래세 도입방안 연구'를 보면 금융거래세를 투기성향이 강한 외환과 파생금융상품 시장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늘어난 국제 유동성이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운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보고서에서 자본이동관리(CFMㆍCapital Flow Management)에 제한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유럽 11개국이 지난 10월 금융거래세 도입에 합의했고 특히 프랑스는 지난 8월 증권거래세를 재도입하고 토빈세(稅) 관련 입법도 완료했다. 주식에만 거래세를 매기는 국내에서도 자본유출입에 대비한 금융거래세 논의가 활발하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결과가 외환시장 등을 겨냥한 거래세 도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홍 본부장은 "낮은 세율로 과세를 시작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채권시장보다는 외환시장에 부과하는 게 효과적이다. 미리 제도적 틀을 만들어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토빈이 토빈세를 제안한 대상도 외환거래일 만큼 투기성 강한 외환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2010년 기준 국내 외환시장의 연평균 거래량은 연간 무역액 대비로 3천300%나 됐다.

도입방법으로는 평시에는 영세율을 적용해 징세하지 않고 비상시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자고 했다. 직전 1주일이나 한 달간 환율의 이동평균이 일정률 이상 급변하면 거래프로그램을 통해 자동부과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다만, 부과대상은 유럽연합(EU)처럼 정부나 수출입기업, 개인을 제외한 금융기관의 거래에 국한하자고 이들은 제안했다.

역시 투기성이 강한 파생금융상품에 대해선 현재 파생상품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스피200 옵션과 선물을 부과대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수수료율 1% 증가에 따른 선물과 옵션 거래량은 각각 0.178%, 0.165% 감소에 그치는 만큼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결과도 내놓았다.

시장 상황을 봐가며 장내상품과 장외상품으로 확대할 수도 있으며, 세율도 탄력세율을 기본으로 해서 도입 초기에 낮은 세율로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