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난달 24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봉 1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 근로자 ‘소득공제 총액 상한제’ 및 ‘자영업자 최저한세율 인상’을 제안함에 따라, 대선을 앞둔 소득세 개편 논의 흐름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세율, 과표구간, 근로소득공제율 등 여러 대안이 모색됐고, 입법안이 제출됐으나 여·야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 이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소득세 개편문제를 양당 지도부(정책위의장) 차원에서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정부 스스로 고소득층 위주의 소득세 증세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여당이 정부의 이번 개선안에 긍정적 평가를 보이면서 향후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한도 없는’ 소득공제, 억대연봉 셀러리맨 ‘면세자’ = 우선 정부가 고소득층에 한정한 소득공제 총액한도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현행 소득공제 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식한 측면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부금을 비롯해 부양가족 이외 본인이 쓴 교육비, 의료비 등은 소득공제 한도가 사실상 '무한대'로 설정된 상태여서, 억대연봉 근로소득자가 소득세를 한 푼도 안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세청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한도 없는 각종 소득공제 금액이 누적돼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일부 고소득 근로자들의 과세표준이 면세점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고소득근로자 소득공제 총액 제한을 통해 상당부분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세수효과는 개별 과세자표를 좀 더 검토한 뒤에 나오겠지만, 소득공제 총액한도가 설정되면 고소득 근로자 중심으로 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제안한대로 소득공제 총액 감면한도 제도가 추진된다면 구체적으로 연봉 1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 최저한세율 ↑ = 정부는 고소득 근로자 이외에도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자영업종 종사자에 대한 증세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들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최저한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한세란 세액공제 등 각종 조세감면 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할 세액으로, 최저한세율을 높인다는 것은 실효세율을 그만큼 올려 세부담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현행 세법상 개인사업자 등의 소득세 최저한세율을 산출세액의 35%인데, 정부는 이 부분을 과거 2004년 수준인 40% 혹은 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종합소득세로 한해 1000만원을 냈던 개인사업자의 경우 현행 세법 체계에선 최소 350만원을 납부해야 했지만,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한해 반드시 내야하는 세금 규모가 400~500만원까지 높아지는 셈이다.
□ 명목세율 인상부담…고소득층 대상 증세 ‘절충안’ = 정부가 사실상 증세효과를 내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 것은 복지확대를 위한 추가적인 세수확보를 요구하고 있는 정치권의 요구에 대응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정부의 제안에는 소득세 명목세율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대선을 앞두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기존 38%에서 추가로 더 올리거나, 과표를 전체적으로 조정해서 납세 인원을 늘리려는 시도 자체가 표심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쉽사리 제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여야 정치권 모두 차기정부 복지확대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득세 과표 조정안 및 세율인상 방안 등을 내놓았지만, 조세소위원회 차원에서 협의하지 못한 채 대선 이후 양당 지도부 차원에서 담판 짓기로 결정한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공약으로 승리한 정권은 여야 통틀어 단 한군데도 없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치권의 이 같은 부담감을 고려해 고소득 근로자 및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소득공제 총액한도제 및 최저한세율 등을 제시, 소득세율 등 전반적인 개편논의는 차기정부로 미루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정치권의 증세요구에도 어느 정도 화답하는 수준의 임시방편적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최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정부가 과표 1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을 당초안보다 1%p(과표 100∼1000억원 12%, 과표 1000억원 초과 16%)씩 더 높이는 안을 수용한 대신, 야권의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안을 사실상 반려한 대목에서도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제안이 소득세 개편 논의에 정부가 아예 손을 놨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제안이 정부가 소득세 개편논의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기존 국회와의 협의 과정에서 나왔던 세율, 과표구간, 근로소득공제율 조정방안 등과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세무사신문 제593호(201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