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여파를 반영하듯 법인카드가 `덜' 긁히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신용카드 가운데 법인카드의 결제액은 31조7천억원, 결제건수는 1억4천400만건이었다.

3분기 법인카드의 총 결제액을 건수로 나눈 건당 결제금액은 평균 21만9천800원으로 4년 전인 2008년 3분기(43만5천400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결제건수는 2008년 3분기 8천만건에서 올해 3분기 1억4천400만건으로 껑충 뛰었지만 전체 결제액은 34조6천억원에서 31조7천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신용카드 결제액이 소액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체 신용카드의 건당 결제액은 같은 기간 평균 10만6천600원에서 7만2천200원으로 32.3% 줄었으나 법인카드는 감소율은 49.5%에 달했다.

법인카드의 건당 결제액이 전체 카드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금융위기 이후 냉랭해진 기업 심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인카드의 건당 결제액은 2003년 1분기 110만원에 이르렀으나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3~54만원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2008년 이후 감소세에 속도가 붙어 이런 추세라면 곧 20만원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경영난에 법인카드 사용 제한을 두는 기업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접대나 복리후생 등 비용을 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출 대기업 관계자도 "부서 예산이 정해져는 있지만, 실적이 안 좋으면 회식메뉴도 값싼 것으로 찾고 카드 씀씀이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인카드의 건당 결제액이 줄어드는 데는 경기 외적인 이유도 있다.

이전에는 회사가 관리자급 직원에만 법인카드를 줬다면 이젠 아래 직급까지 카드를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조세연구원 김재진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엔 현금을 쓰고 영수증이 없어 회사가 비용처리를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법인카드를 쓰며 이러한 일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법인카드로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해 두 개의 카드로 나눠내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도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법인카드의 건당 결제금액이 줄어드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도 "택시 등 신용카드 소액결제가 가능한 곳이 점차 늘어난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