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이 9년 만에 가장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6월11~21일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6개 국내은행을 조사해 4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조사) 결과'를 보면 3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예상치)는 38로 2분기 22에서 껑충 올랐다.

이는 2003년 3분기(4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은행이 평가하는 가계의 신용이 지난 9년간 이렇게 위험했던 적은 없었단 이야기다. 미국발 금융위기 때(25ㆍ2009년 2분기)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원인은 가계부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911조원이다. 자영업자 대출까지 합치면 1천조원을 넘는다. 그러나 가계 소득여건이 나빠지며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담보로 걸어놓은 집을 팔아 빚을 갚으려 해도 침체된 부동산 시장 때문에 어렵다. 한은은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대출의 담보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급으로도 못 갚고 집을 팔아서도 못 갚는 가계부채의 '늪'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도 3년 반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2분기 31에서 3분기 44로 뛰며 2009년 1분기(47) 이후 최대치였다. 음식숙박업ㆍ도소매업 등 경기에 민감한 내수 업종뿐 아니라 수출경기 둔화로 제조업체의 신용위험도 상승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13으로 전분기 3에 비해 크게 올랐다.

가계와 기업을 포함한 종합 신용위험지수는 38로 금융위기(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3분기 대출수요는 중소기업ㆍ가계(일반자금)를 중심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3분기 31로 2008년 4분기 이후 최대치로 나타났다. 수출ㆍ내수가 모두 부진하며 기업 운전자금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은행권은 내다봤다.

가계의 주택자금대출 수요는 주택경기 부진으로 증가세가 약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생활자금이 필요한 가계가 많아지며 일반자금 대출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3분기 은행의 대출 문턱은 다소 높아질 예정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2분기 9에서 3분기 6으로 낮아졌다. 한은은 "대내외 경기 악화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높아지며 중소기업 중 우량업체에만 선별적으로 문턱을 낮춘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의 일반자금 대출태도 지수는 지난 분기에 이어 -3을 기록하며 대출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대책에도 마땅한 자금운용처가 없어 대출에 중립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