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10대 그룹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거나 선방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현대차와 LG는 `선방' 수준이고 SK, 롯데, GS, 한화, 현대중공업, POSCO, 한진 등은 뒷걸음질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전망치를 제시한 12월 결산법인 기준으로 삼성(계열사 11곳)의 상반기 영업이익 전망치(IFRS 연결 기준)는 14조7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5.2% 늘었다.

매출액은 133조원으로 22.7%, 순이익은 12조2천억원으로 54.1% 각각 증가했다.

상반기 전망치는 기존 1분기 실적에 2분기 전망치를 합한 것이다.

삼성의 대폭적인 실적 개선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데다 LED TV 판대도 늘어난 덕분이다.

삼성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분기 45조3천억원에서 2분기 50조2천억원으로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경신할 전망이다.

현대차(7곳)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9조9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과 순이익도 각각 10.5%, 13.1% 늘어 두자릿수 성장을 나타냈다.

주력사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계시장 공략과 환율 효과로 2분기 매출액 전망치가 각각 21조8천억원, 13조원에 달해 1분기 각각 20조2천억원, 11조8천억원이었던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됐다.

또 삼성은 하반기에 152조원의 매출을 올려 기록 경신 릴레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업이익(17조2천억원)과 순이익(14조6천억원)도 작년 하반기보다 52.8%, 68.9% 각각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는 하반기 영업이익이 9조9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8.01% 늘어나지만 상반기보다는 줄어든 모습이다. LG는 하반기 영업이익이 4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64.2% 늘어나고 상반기보다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대 그룹이 상반기 실적을 바라보는 표정은 대체로 밝지 않다.

LG(10곳)는 주력사인 LG전자가 선전해 그나마 체면을 세웠다.

LG의 상반기 매출 전망치는 73조3천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2.4% 성장하고 영업이익(3조원)은 6.8% 늘어나지만 순이익(2조2천억원)은 2.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주력사인 LG전자는 2분기 매출이 13조6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7% 줄지만 영업이익(4천100억원)과 순이익(3천100억원)은 각각 159.6%, 221.6% 늘었다.

그러나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5천300억원)과 순이익(4천억원)은 각각 30% 이상 줄어드는 등 계열사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SK(8곳)는 상반기 매출이 127조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8.0% 늘어나지만 영업이익(6조원)과 순이익(2조7천억원)은 각각 21.7%, 35.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롯데(5곳)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5천억원으로 36.8%, GS(4곳)는 7천억원으로 34.4%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영업이익 기준으로 현대중공업(2곳) 35.7%, POSCO(2곳) 32.2%, 한화(2곳) 53.5% 각각 줄어들 전망이다.

한진(3곳)은 상반기에 영업손실 1천300억원, 순손실 3천800억원을 내 적자 폭이 오히려 더 커졌다.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기저효과가 있겠지만 유럽 재정위기 해법이 보이지 않고 미국, 중국 등의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EU 정상회의에서 구제금융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스페인 등 재정위기 국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깜짝대책을 내놓아 세계 증시가 급반등했지만 이 대책 약발이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KDB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작년 하반기 상황을 생각하며 기저효과로 조금 나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거시 지표를 보면 하반기 실적 전망치는 계속 하향 조정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