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일 발표한 조세정의 실천방안의 키워드는 '공정과세'와 '성실납세'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모범성실 납세자에게는 무한 지원을 하고, 탈세자에 대해선 끝까지 추적해 철퇴를 가하는 '신상필벌'이 기본 방침이다. 성실 납세자에게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명예를 누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나가겠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세금없는 변칙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감시에 초점을 맞춘 것도 눈에 띈다.

 
◇조세정의 없이는 공정사회도 없다
이번 방안은 정부가 공정사회 실현을 내걸고 지난달 1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개최한 1차 공정사회 추진회의에 따른 첫 결과물이다.

당시 공정한 병역 의무, 공평과세, 교육희망 사다리 구축, 체불임금 해소, 공정한 공직인사, 전관예우 관행 개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등에 걸쳐 8대 과제가 추려졌지만, 공평과세만큼 시급한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4대 의무 중에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납세(41.4%), 근로(21.9%), 교육(20.2%), 국방(16.5%) 순으로 결과가 나올 정도였다.

이날 2차 추진회의의 테이블에 조세정의가 안건으로 오른 것도 조세정의가 공정사회의 첫걸음이라는 국민의 인식에 따른 것이다.

조세불공정의 원인을 놓고는 한국갤럽의 국민 대상 조사에서는 고소득 전문직 소득 탈루(31.6%), 사업자-봉급생활자 간 과세 불형평(25.4%), 편법적 상속·증여(24.1%) 등이, 조세연구원의 전문가 대상 조사에서는 신고불성실(39.3%), 낮은 세원 포착률(23.0%), 사업자-월급쟁이 간 세제상 차별(18.3%) 등이 꼽혔다.

이에 따라 조세정의 실천방안의 초점은 대다수 성실납세자에 대해선 무한대의 서비스를 하되, 일부 고질적 탈세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찾아내 엄정한 법 집행을 한다는데 맞춰졌다.

납세 의무 이행도에 따른 '당근'과 '채찍'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신상필벌 원칙 강화..탈세.변칙상속에 칼 빼들어
우선 성실납세 분위기 확산을 위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성실납세나 일자리창출, 국부창출에 기여한 모범기업이나 성실납세자에 대해서는 제도적, 행정적 지원을 통해 '애국자'라는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세무조사 면제는 물론 해외 출국 때 전용심사대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납세자가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완전자율신고체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탈세자에 대해서는 법 집행이 강화된다.

특히 변칙 상속이나 증여에 대해 정부는 주목하고 있다. 계열사 몰아주기나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비상장법인을 통한 세금없는 부의 이전을 막기 위해 기업의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과세방안을 연말까지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재벌 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등을 겨냥한 조치로 과거에도 검토됐지만 제도화되지 못한 사안이다.

과세 요건이나 방법 등을 자의적으로 정하면 조세법률주의와 상충해 세정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향후 정부가 과세방안을 내놓을 경우 논란도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 사례를 심도있게 분석해 합리적인 과세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도 이날 보고에서 주식을 회사 임직원 명의로 은닉해 상속세 신고에서 누락하는 차명주식 이용이나, 우회상장을 통해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액체납자와 고소득 자영업자의 고질적 탈세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고액체납자 명단 공개 대상을 확대하고 외국정부와의 정보교환이나 전문요원의 해외 파견을 통해 역외 탈세를 봉쇄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