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새해연설에서 `공정한 사회'를 강조하고 이현동 국세청장도 신년사에서 `성실납세 기반 확립'을 역설함에 따라 새해엔 `공정한 세정'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실납세자에게는 더 많은 편의와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으로 소득에 대한 불성실 신고와 각종 탈세행위에 대해선 더 엄한 철퇴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공정한 사회'를 성숙한 세계국가가 되기 위한 요건으로 제시하면서 "정부는 금년에도 공정거래, 법, 인권, 조세, 노사관계 등 각 분야에서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과제들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사회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소득에 상응한 세금 납부'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공평과세를 위한 국세청의 역할과 활동이 확대.강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기류를 감지한 듯 국세청은 이미 작년말 새해업무보고에서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반듯한 국세행정'을 다짐한 바 있다.

한마디로 대기업과 대자산가, 고소득층은 법과 원칙에 따른 성실납세를 유도하고 성실 납세하는 중소기업과 영세납세자는 세금에 신경 쓰지 않고 사업에만 전념토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국세청장은 3일 시무식에서도 성실납세기반 확립을 위한 국세청의 역량 강화를 역설했다.

그는 "경제규모가 급격히 증대되고 세계경제도 글로벌화 됨에 따라 탈세규모가 커지고 국가간 거래를 통해 그 수법도 상당히 고도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지능적인 탈세기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국세청은 신종 탈세유형을 분석해 첨단조사기법을 개발하고 과학적 과세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첨단탈세방지센터'를 올해 2월께 출범시킬 계획이다. 첨단조세범죄에 효율적으로 맞서기 위해 `국세청판 CSI(과학수사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또 대기업 및 대자산가의 탈세를 잡아내기 위해 세무조사대상 선정부터 고도화해 세무조사의 실효성도 높일 방침이다. 각종 탈세행위에 대해 면죄부만 주고 마는 `형식적인 세무조사'는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법인조사대상 선정시 법인의 대표자, 최대주주 등의 개인제세.재산제세 탈루혐의까지 분석해 통합적으로 조사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한국형 조세범죄'의 특징 중 하나가 대주주나 대자산가의 경우 대부분 기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또 정기세무조사라고 하더라도 탈루혐의가 상당한 경우엔 금융조사는 물론 거래처.관련기업도 동시에 조사할 방침이다. 정기세무조사와 특별세무조사의 구분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뿐만아니라 납세자에게는 세무조사협력의무가 제도화된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자료제출요구 불이행 등 협력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 협력거부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탈세혐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게 국세청의 계획이다.

국세청이 올해 특별히 중점을 두는 사안은 역외탈세 차단.

이를 위해 국세청은 이미 역외탈세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해외에서의 탈세 및 재산도피에 관한 정보수집을 위해 전문가를 해외에 파견키로 했으며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를 도입, 오는 7월부터 실시한다.

국세청의 또다른 역점사업은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한 조사강화.

국세청은 업무보고에서 "서민가계에 부담을 주는 고리대부업자, 고액학원, 고가웨딩홀, 기획부동산 등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시장을 교란하고 서민생활에 피해를 주면서 폭리를 취하는 매점매석 농수산물 유통업체 등에 대해 적기에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에 성실납세 중소기업과 지방기업 등에 대해선 세정지원을 강화, 세무조사 부담을 강화하는 한편, 든든학자금.근로장려세제 등을 통해 복지세정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게 국세청의 새해 포부다.

이 국세청장은 신년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대응해야 하는 탈세자와 달리 세금과 관련된 어려움으로 찾아오는 납세자는 따뜻한 마음으로 친절하게 응대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