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바이러스(HBV) 보유자는 혈액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연구원, 미국 국립암연구소와 공동으로 14년 동안 한국인 60여만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의 혈액암(비호지킨림프종) 발생률이 2배 이상 높았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이 분야 국제학술지(Lancet Oncology) 인터넷판에 실렸다.

연구결과를 보면 14년간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5만3천45명으로 이중 133명이 비호지킨 림프종에 걸려 인구 10만명당 19.4명의 발병률을 기록했다. 반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서는 비호지킨 림프종 발병률이 10만명당 12.3명(905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혈액암인 악성림프종은 림프조직을 구성하는 세포가 악성화 해 생긴 종양으로, 호지킨림프종과 비호지킨림프종으로 나눈다. 이 중 비호지킨림프종의 예후가 더 나쁘다.

비호지킨림프종은 림프구 증식질환으로, 우리나라 전체 악성림프종의 95.6%를 차지하고 있다. 호지킨림프종과 비슷하게 림프절에 침범해 간이나 폐, 골수, 위장관계, 뇌척수액 등 온몸에 전이된다.

특히 이 질환은 어디로 전이될지 예측이 어려워 치료가 힘든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2008년 1년간 암으로 사망한 환자 7만여명 중 비호지킨림프종은 1천299명이었다.

비호지킨림프종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만이 비호지킨림프종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비호지킨림프종을 예방하기 위해 B형 간염 예방 접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면서 "비호지킨병이 발생한 환자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B형 간염을 치료해야 급성 간부전으로 인한 사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