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제회계기준(IFRS) 본격 도입을 반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가운데 아직도 정부 당국과 일부 적용대상 기업 사이에 기싸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중소기업에 대한 IFRS 시행 연기 건의에 대해 "예정대로 2011년에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금융위는 "이미 의무적용 대상 총 1천884개사 가운데 86%인 1천620개사가 내실 있게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으로 예정된 일정에 따라 적극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행 추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시행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감원, 코스닥협회, 중소기업중앙회, 공인회계사회 등과 적극 협의해 교육과 홍보 등 정책지원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들의 준비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미착수 기업에 대한 현장 방문과 최고경영자(CEO) 대상의 IFRS 간담회 등을 개최해 상장 중소기업의 차질없는 도입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벤처기업협회 등 중소기업 단체들은 지난 22일 IFRS 의무도입 시기를 내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해 줄 것을 금융위에 건의했다.

이들 중소기업 단체는 "이 기준을 도입하려면 컨설팅과 전산시스템 구축, 전문인력 채용 등이 필요하고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해 자회사가 모회사 수준의 인프라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일률적인 의무도입보다 개별기업 여건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IFRS를 도입하면 수치상 재무상황이 악화하고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어 중소기업들의 금융 여건이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전달했다.

IFRS 본격 도입을 놓고 비용 부담과 재무상황 악화를 우려하는 중소기업 단체들과 '전면 도입' 방침을 고수하는 금융당국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기보다는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대내외적인 기업회계 신뢰도 향상을 목표로 정부가 4년여 동안 준비해 온 IFRS 도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서도 매끄럽게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양상이 계속돼 IFRS 도입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당국은 '행정력 부재'에 대한 질타를 모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기업들도 '대책 없는 버티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1998년 12월 '회계기준을 국제회계기준에 합치시키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업회계기준을 전면 개정했다.

이어 2000년 민간단체인 회계기준원에 위탁해 IFRS를 반영한 28개 기준서를 2007년까지 제정토록 했다. 2006년에는 'IFRS 도입준비단'을 구성했으며, 전문가 논의를 거쳐 2007년에는 '2011년 전면 도입'을 포함한 'IFRS 도입 로드맵'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