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과 함께 경쟁사에 거래 내역을 노출시키지 않고 주식을 대량매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거래소는 서울사옥 대회의실에서 권중호 교수의 사회로 경쟁대량매매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세부안 논의를 거쳐 하반기 중 시행을 목표로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공개된 안에 따르면 비공개로 대규모 거래를 원하는 투자자가 5억원 이상이나 정규시장 매매수량 단위의 5천배 이상으로 호가를 내면 정규매매와 별도로 경쟁대량매매를 통해 호가를 낸 사람을 알리지 않고 상대를 찾아 체결해 준다.

상대방 호가가 있는 경우에는 즉시 체결이 이뤄지고, 호가가 여러 개가 들어오면 시간 우선원칙을 적용한다.

장전 시간외시장에서는 오전 7시30분~8시30분, 정규시장에서는 9시~오후 2시30분에 경쟁대량매매가 가능하다.

장전 시간외시장에서는 전날 총거래대금을 총거래량으로 나눈 거래량가중평균가격에 체결이 되고, 정규시장 중에는 체결시점부터 정규시장 종료시까지의 총거래대금을 총거래량으로 나눈 체결시점 거래량가중평균가격에 거래가 성립된다.

호가정보는 거래체결 전과정에서 비공개가 원칙이다. 정규시장 거래시간에 이뤄진 경쟁대량매매가 있으면 호가의 유, 무 정도만 공개된다. 주권이나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예탁증서(DR)가 경쟁대량매매가 가능하다.

기존에 대량매매를 하려면 주가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주로 장중이나 시간외대량거래를 사용했는데, 이럴 경우 거래 상대방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주문 정보가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체결 가격도 당사자간 합의 가격으로 맞춰져 다소 할인되는데다 배타적 시장이어서 개인이 참여하기는 어려웠다.

거래소는 이 같은 현재 방식으로는 시장에 잠재된 대량거래 수요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MSCI가 한국시장 접근성 평가에 있어 외국인의 장외대량거래 제한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제도개선을 논의해 왔다.

이미 해외에서는 대량거래를 익명으로 시장 충격없이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다크풀 등이 활성화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