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행정수도·수출호조·임금인상 덕
내수부진 부가세 2조 가까이 덜 걷혀
특소세 인하로 ‘뚝’…교통세 1조 차질
■ 올 세수 실적 추정해보니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대기업들이 수출 호조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면서 법인세가 많이 걷히고, 대기업 직장인들의 임금이 올라 근로소득세도 예상보다 더 걷혔다. 그러나 내수 부진 탓에 부가가치세와 교통세는 덜 걷히고, 지금은 옛 일이 되고 말았지만 행정수도 이전 기대로 충청권 부동산 거래가 증가하면서 양도소득세는 예상보다 갑절이나 들어오고…. 재정경제부가 23일 국회에 제출한 ‘2004년 국세 수입 실적(전망치)’을 통해 본 2004년 한국 경제의 자화상이다. 경제 양극화가 세수 실적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셈이다.
재경부는 국세 수입이 애초 예산안에서 잡았던 122조원과 견줘 9125억원(0.7%) 덜 걷힐 것으로 잠정 전망했으나 아직 유동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세수 부족액을 재경부보다 조금 더 많은 1조1천억원(0.9%)으로 예상하고 있다.
■ 양도·근소·법인세로 나라살림 버텨=국세 수입 실적 추정치를 보면, 전반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전체 세수가 줄어든 가운데 양도세·근소세·법인세가 애초 예상보다 각각 1조~2조원씩이나 더 걷히면서 나라 살림을 지탱시켰다. 양도세는 애초 2조9천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 추세라면 연말까지 4조7천억원이 걷힐 것으로 분석됐다. 2조8천억원(94.9%)이나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새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있기 전까지 충청권 부동산 거래가 활발했던 데다,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되는 투기지역 지정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근소세도 애초 예상보다 1조3천억원(14.2%)이 더 걷힐 전망이다. 지난 1996년 이후 근소세 과표 구간이 바뀌지 않은 탓에, 임금이 인상될수록 상위 과표구간에 속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근소세는 자동으로 더 걷히게 돼 있다. 내년에도 과표 구간은 바뀌지 않지만, 대신 근소세율이 1%포인트 내려간다.
법인세도 1조1천억원(4.7%) 더 걷힐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기업들이 수출 덕에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덕분이다. 올해 걷히는 법인세에는 지난해 이익분에 대한 정기 법인세 납부(3월)뿐 아니라 올 상반기 이익에 대한 중간예납(11월)까지 포함돼 있다.
액수는 많지 않지만 퇴직소득세와 증여세의 증가율도 각각 41.5%와 59.8%나 됐다. 퇴직소득세는 외환위기 이후 인력 구조조정이 상시화하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증여세 세수가 늘어난 것은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기 전에 부동산을 물려주거나 증시 침체로 주가가 낮을 때 주식을 증여하려는 ‘절세 절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내수 침체로 소비세는 직격탄 맞아=내수와 관련된 부가세, 특별소비세, 종합소득세, 증권거래세 등의 세수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소비 침체 탓에 도·소매 판매액이 뒷걸음질치면서 부가세는 5.3%(1조9천억원)가 덜 걷힐 것으로 분석됐다. 특소세도 19.7%나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내수 부진에 더해 소비 진작을 위한 특소세 인하·폐지가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통세는 경유 세율이 올랐지만, 휘발유와 경유 사용량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역시 1조200억원(-9.0%)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하면서 증권거래세 세수도 예상보다 15.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면서 예금금리가 빠르게 내려간 탓에 가계의 이자소득이 줄고, 이에 따라 정부의 이자소득세도 예상보다 9.5%(2828억원) 덜 걷힐 것으로 분석됐다.
인지세 수입도 4.6% 줄어들 전망이다.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 인지세를 1매당 1000원 내는데, 무분별한 카드 발급이 줄어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