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만곳에 이르는 재래시장 점포와 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사들에 내야 하는 수수료 부담이 대형 마트나 백화점 수준으로 줄어든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일 카드사들이 재래시장 상인과 중소 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분기 중에 수수료율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국 1천550개 재래시장에 있는 카드 가맹점 8만6천개에 대한 수수료율이 현행 2.0~2.2%에서 대형 마트 수준인 1.6~1.9%로 낮아진다. 다만, 재래시장 안에 있는 무도장과 귀금속점 등 유흥.사치업종과 법인 또는 대형 점포는 인하 혜택을 못 받는다.

  

또 연간 매출액 9천600만원 미만인 90만 중소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종전 2.3~3.6%에서 대형 백화점과 비슷한 2.0~2.4%로 인하된다. 이중 연간 매출액 4천800만원 미만인 65만 가맹점은 2007년 8월 수수료율이 2.0~2.3%로 이미 낮아졌기 때문에 이번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재래시장 점포와 연간 매출액 4천800만원 이상~9천600만원 미만인 중소 가맹점 25만개 등 33만6천곳의 수수료율이 지금보다 낮아지게 된다.

  

이번 조치로 재래시장 점포와 중소 가맹점이 올해 수수료 부담을 약 1천250억원 덜 것으로 추정됐다.

  

카드사들은 이달 중에 구체적인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전산시스템 변경 등을 거쳐 1분기 중에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3월 말까지 카드가맹점 애로신고센터를 설치해 카드 수수료나 대금입금 지연 등에 대한 민원이나 건의사항을 접수.처리하고 6월에는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하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작년 2월까지 3차례에 걸쳐 중소 또는 재래시장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인하했으나 대형 가맹점보다 여전히 높아 중소 상공인들과 정치권이 추가 인하를 요구해왔다.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 협상력을 높이고 불합리한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중소 가맹점이 카드사와 수수료율을 협의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금융위가 수수료율의 적정성 여부 등을 점검할 수 있도록 카드사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담았다.

  

다만, 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은 시장원리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중소 가맹점이 1만원 이하의 소액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소비자 불편 등을 이유로 추후 여론조사와 소비자단체 의견 수렴을 거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래시장 상인과 중소 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카드사들에 자율적인 수수료율 인하를 유도했으며 카드사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 정치권이 나서 관련법 개정까지 추진하며 압박하자 카드사들이 결국 수수료율을 낮추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금융위 업무보고 때 카드 가맹점 수수료와 관련, "영세상인들을 위한 배려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