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장들은 새해에 세계 경제의 불안 요소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일자리 창출과 기업 애로사항 해소에 힘쓸 것을 약속하면서 기업들의 세종시 이전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파격적인 유인책을 내놓기를 희망했다.

사공일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잇따라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각종 경제현안과 내년 경기전망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우선 사공 무역협회장은 내년도 경기전망과 관련해 "국내외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며 "두자릿수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정부가 정한 경제성장률인 5%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낙관했다.

사공 회장은 그러나 경기 회복이 민간 부문까지 확산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 회복세를 지켜보면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을 대신해 인터뷰에 응한 정병철 부회장도 "내년은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회복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더블딥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회복에 따른 유가 상승과 유로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 대출 부실 위험 등으로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경식 회장은 "정부는 당분간 확장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출구전략 준비는 갖추되 시행은 국내외 경제 상황을 봐가면서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수영 회장은 "일각에서 경기를 낙관해 빠른 출구전략 시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지만 민간 부문의 회복은 미진하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조기에 시중의 유동성이 회수되면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제단체장들은 내년도 추진할 중점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과 기업활동에 저해되는 규제 해소 및 중소기업.대기업 간의 상생협력을 꼽았다.

정병철 부회장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해외기업을 유치해야 하고,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서비스 산업에 기업들이 진입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각종 규제나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하나라도 일자리를 더 만들어내려면 여성이나 청년 실업자에 기회를 줘야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보다 엄격한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등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수영 회장은 "비정규직 문제도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근속 연수보다는 직무와 성과에 기반을 둔 임금 체계가 정착하면 청년 고용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손경식 회장은 "민관 합동 규제개혁추진단을 통해 세제 문제 등 기업의 애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고,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찾아 해소하는 데 내년 사업의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공 회장은 `종합무역컨설팅센터'를 설립해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김기문 회장은 "올해 대기업은 사상 최대 매출과 이익을 기록했으나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중소기업도 이득을 내고 재투자를 해서 기술개발을 해야 대기업도 발전할 수 있다"며 상생협력 방안을 강구할 것을 다짐했다.

한편 경제단체장들은 정부가 기업들의 세종시 이전을 이끌어내려면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수영 회장은 "세종시 이전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감면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준다면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종시가 첨단산업도시인지, 사무업무도시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세종시가 기업중심도시로 수정된다고 하더라도 세종시 이전의 성패가 기업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병철 부회장은 산업용지, 업무용지 등의 토지 분양가 인하와 특목고.명문대 등 우수 교육 기관 설립을 통한 정주 여건 조성, 법인세 등 세금 감면, 경제자유구역 수준의 규제 완화 등을 인센티브의 예로 들었다.

손경식 회장은 "세종시 문제는 국가와 해당 지역에 경제적으로 유리한 방향에서 합리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며 "정치 쟁점화된다거나 논쟁이 장기화하면 국력 낭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관계법 개정 문제와 관련해 경제단체장들은 이달 초 이뤄진 노.사.정 간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수영 회장은 "노사정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우리 노사관계의 경쟁력이 선진국보다 떨어지는 것은 노사 공동의 책임이므로, 양쪽이 법과 원칙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문 회장은 "노조의 힘의 논리에 밀려서 또다시 본질을 흩트려서는 안 된다"면서 "국가를 믿고 약속한 것을 여당이 깨는 판국인데 경영계에선 많이 실망스럽다"고 질타했다.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관련, 준비위원장을 맡은 사공 회장은 "우리 외교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세계 경제 위기를 거친 뒤 지속가능한 번영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놓고 정상들이 중장기 차원의 대책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병철 부회장은 "G20 의장국으로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G20의 경제인 회의 개최 문제도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