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이용해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과 별도로 운전면허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고법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부(안영률 부장판사)는 김모 씨 등 17명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5개 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이 살인이나 강간 등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범죄에 대해 면허 취소 규정을 둔 것은 차를 이용해 이에 비견될만한 중대 범죄를 저질렀을 때 면허를 취소하라는 취지인데 그 시행규칙이 집단 교통방해에 대해 무조건 면허를 취소하게 한 것은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씨 등이 생존권을 지키려 시위를 했고 편도 2차로 중 한 차로에 차량을 밀착해 주차하는 소극적 행위였으며 피해자인 물류회사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하더라도 면허 취소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전국화물연대 소속이던 김씨 등은 2007년 8∼9월 경기도 모 물류회사 앞 도로에서 고용보장과 유류 보조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화물차를 일렬로 세워놓고 시위를 벌였으며 각 지방경찰청은 이들이 일반교통방해 행위를 했다며 면허를 취소했다.

이들은 `시위로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생계 수단인 면허까지 취소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소송을 냈지만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