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세제개편안이 상당 부분 수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동산 양도소득세 예정신고시 10% 감면안 철폐나 소득세·법인세 추가 인하방안, 전세임대보증금 소득세 부과 또는 소득공제 도입 등 여러 항목에 대해 국회에서 정부안과 다른 의견들이 나와 원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부는 일단 세수부족이나 경기활성화 등 경제에 미치는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정부안이 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질 경우 대폭 수정되는 것은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국회로 간 세제개편안 `손질요구' 빗발
지난달 29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월 민생안정과 미래도약을 기치로 한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각종 이견이 속출하면서 상당 부분 손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 입장인 야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조력수 역할을 기대했던 여당 내에서도 일부 정책의 수정론을 제기하며 정부의 속을 태우는 양상이다.
당장 야당인 민주당은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하계획을 ‘부자감세’라고 규정하고 시행의 유보를 당론으로 정했다. 이 경우 4조8000억 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임시투자세액 공제 폐지 방침 또한 원안 처리가 불투명하다. 중소기업과 지방을 배려한 조치는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와 임투세액 공제 폐지에 대해서는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부정적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른 세제 개편안 역시 원안 통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정부는 부동산 양도 후 2개월 내에 신고할 경우 10%의 양도세를 세액공제해주던 제도를 올해말로 종료하려고 했으나 심사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에 부딪혀 있다.
월세 소득공제 신설 문제 또한 야당에서 대상폭을 확대하거나 전세에도 소득공제 혜택을 주자는 주장을 들고 나와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시 세액공제 폐지 방침에 대해서도 야당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에 대해서는 야당이 이를 축소할 경우 직불카드나 선불카드에 대한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파생상품에 대한 증권거래세 신설문제는 정부의 부정적 입장과 달리 조세소위위원장인 이혜훈 의원이 “일단 제도라도 만들어놓자”고 요구, 관련 전문가를 불러 의견을 들어보기로까지 한 상태다.
이밖에 금융기관 채권이자소득 법인세 원천징수 부활, 다주택자 전세보증금 소득세 과세, 장기주택마련저축 감면 축소 등도 쟁점으로 분류돼 추가 심사를 받아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예정신고 폐지·소득세 인하 등 연기가능성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정부는 나름대로 원안을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나 그 뜻이 그리 강력해 보이지는 않는다.
내년 개편안의 경우 종부세 대폭 감면 등과 같이 정권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하는 핵심이슈도 없어 예년과 같은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민주당이 소득세·법인세 인하안에 대해 부자감세라는 비난을 하면서 연기를 주장하자 이를 해명하는 수준의 입장만 내비치고 있다.
정부가 세수보전을 위해 깜짝카드로 내놓은 양도세 예정신고 세액공제 폐지의 경우 정부안대로 가기는 힘들 전망이다.
한번에 폐지할 경우 충격이 크고 세금부담 증가를 우려해 부동산 매물이 일시에 나올 경우 시장을 교란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제도를 폐지할 경우 증액되는 세수는 1조원 가량으로 재정확보가 시급한 정부는 원안통과를 희망하지만 여야 의원들 모두 반대가 많아 시행시기가 연기되거나 현행 10%를 5% 정도로 축소하는 선에서 타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안에 대해서도 유보론과 시행론이 맞서고 있으나 분위기상 전면 시행은 어려워 보인다.
시행시기는 1∼2년 늦추던지, 아니면 현행 8천8만원 이상으로 돼 있는 최고세액 구간을 1억2000만원이나 또는 그 이상 선에서 새로 만들어 현행 35%의 최고세율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고구간을 만들 경우 최고세율은 35%, 그 아래 단계 세율은 33%로 불과 2% 포인트 차이가 나는데 이를 위해 구간을 신설한다는 것도 모양이 좀 이상하다”면서 “새 구간 신설보다는 차라리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안도 소득세만큼은 아니지만 야당의 강력한 주장 속에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기될 경우 4조원 가량의 세금이 더 걷히지만 기업 부담 가중으로 경기회복에는 걸림돌로 작용해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전망이다.
전세임대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부과안의 경우 집주인이 세금부담을 세입자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 제도가 전세물량을 줄이는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전세금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세무사신문 제521호(2009.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