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으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도록 제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표시광고법 개정안에 따르면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로 소비자가 손해를 입게 되면 해당 기업은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만,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면 책임을 면제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무과실책임 원칙이 적용됐는데 이를 과실책임 원칙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로서는 허위.과장 광고로 피해를 보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좁아지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행 민법이 고의나 과실이 있는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과실책임 원칙을 적용하고 있고 2004년에 공정거래법도 유사한 내용으로 개정됨에 따라 이번에 표시광고법 역시 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자에게 다소 유리한 내용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나 사업자가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입업자가 해외 유명업체의 제품을 수입해 판매했는데 알고 보니 해외업체가 제시한 제품 설명이 사실과 다를 경우 자신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해당 제품을 구입해 피해를 본 소비자는 구제받을 수 없게 된다.

 

한편, 이번 법 개정안은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로 손해를 본 소비자가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소비자가 손해액을 입증하기 극히 곤란한 사건은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기초해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집행을 위해 소비자원 직원을 조사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