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용한도를 늘려주는 게 저신용자의 잦은 채무불이행(연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산업기술대 고혁진 교수 연구팀은 국내 대형 전업카드사 사용자 1만 명의 신상 및 신용정보와 5년간 사용실적 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카드사가 사용자의 적정한도를 초과해 한도를 부여할 경우 연체금액과 연체횟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적정한도란 신용등급별로 사용자들이 부여받은 사용 한도의 평균치다.

 

특히 조사 대상 가운데 신용도는 가장 낮으면서 연체금액은 전체의 69.7%를 차지하는 6등급 사용자들에게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적정한도를 넘는 한도(초과한도) 부여가 연체금액에 미치는 상관계수는 6등급의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다른 신용등급의 사용자에 비해 마이너스(-) 값이 월등히 컸다. 초과한도를 부여하면 연체금액과 횟수를 줄이는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고 교수는 "지나친 한도 제공으로 2003년 '카드대란'이 발생한 데서 볼 수 있듯 초과한도 부여는 부담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저신용자의 경우 오히려 한도를 늘려주는 게 채무불이행 위험을 낮추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카드의 금융서비스는 서민층의 주요 자금 조달원인 만큼 최근 거론되는 가계의 신용위험과 파산을 막기 위해 신용등급에 따라 카드사의 한도 관리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논문 '신용카드의 적정한도와 가계의 채무불이행에 관한 연구'는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하는 '금융연구'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