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회복을 하지 못한 펀드투자자들이 절반 이상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해외펀드에 소득세를, 공모펀드에 증권거래세를 재부과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놓자 업계와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원본액 중 54%에 달하는 44조원은 재작년 고점 직전인 코스피지수 1,600선 이상에서 유입된 자금이라 아직 원금회복을 하지 못했다.

  

손실률을 따져보면 21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원본은 80조3천936억원이나 순자산총액은 89.75%인 72조1천568억원으로 펀드투자자들은 평균 10%의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발표한 내년 세제개편안에서 해외펀드에 대해 15.4%의 금융소득세를 다시 과세하고, 공모펀드와 연기금에 대해 0.3%,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0.1% 증권거래세를 각각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 조치들로 인해 내년에 증권거래세는 3천억원, 소득세는 1조3천억원의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컨설팅센터장은 "환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펀드 과세는 단기적으로 기준가를 떨어뜨려 수익률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시장에 찬물을 끼얻는 것과 같다"며 "다만 일부 중소형주 위주로 매매회전율이 과도한 펀드에는 중장기적으로 펀드운용을 건실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펀드에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은 기준가에 포함해 계산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투자자에게는 연간 0.8%포인트의 수익률 저하를 불러올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정부가 조세저항 없이 쉽게 세수확보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는 기준가에만 반영돼 투자자들로서는 쉽게 세금이 늘었다는 게 와닿지 않을 것"이라며 "주식형펀드의 절반에 달하는 적립식펀드는 계좌수가 1천500만 개에 평균 잔액이 480만원에 불과한 서민들의 저축수단인 점을 감안하면 없는 사람들에게 과도하게 세금을 거둬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모펀드에 거래세가 부과되면 차익거래 펀드는 설 기반을 잃게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현물이나 선물 중 고평가된 것을 팔고 저평가된 것을 사는 차익거래펀드는 거래세 면제로 수익을 올렸던 만큼 세금이 부과되면 운용할 수 없다는 것. 차익거래펀드가 없어지면 현물시장과 선물, 파생상품 시장간의 괴리가 커져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또 ETF에 대한 0.1% 증권거래세 과세시 투자자들이 ETF에서 주식매도시 거래세를 납부하는 동시에 ETF를 매도할때 재차 거래세를 납부하게 돼 이중과세 논란이 일 수 있고, ETF 유동성 공급자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