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가격 상승 원인은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감소에 비해 대출금리 인하폭이 더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5일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소득과 담보대출 이자율 변화에 따른 균형주택 가격의 변동'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경기 불황에 따른 소득 감소에도 불구하고 급매물이 줄어들고 집이 팔리는 것은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낮기 때문"이라며 "최근 강남권 등 버블세븐 아파트값 상승세는 규제 완화에 따른 투기수요의 선취매 영향도 있지만 저금리로 인해 주택 실수요가 늘어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선덕 소장에 따르면 통상 수요자가 주택담보대출로 감당할 수 있는 대출이자(원리금 포함)는 가계 소득의 25%로 추산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도시근로자의 연 평균 소득은 4천793만원(월 399만4천300원). 만약 올해 우리나라 도시근로자의 연 평균 소득이 4천만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한다면 연 1천만원, 매달 83만3천원의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로 연소득 4천만원인 가계가 서울 평균 집값인 3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집값의 50%인 1억5천만원을 대출 받았다면 본인 소득으로 갚아나갈 수 있는 대출금리는 6.67%(연 대출이자 1천만원÷대출금액 1억5천만원)까지다.

만약 소득은 그대로인데 대출금리가 8%로 오르면 연 1천200만원, 매월 대출 상환액이 100만원으로 늘어 가계가 지불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게 되고, 결국 매물이 증가하고 집값이 떨어진다.

반대로 대출금리가 5%로 하락하면 담보대출 상환액이 연 750만원, 월 62만5천원으로 줄어 종전보다 1억원 비싼 4억원짜리 집도 살 수 있게 된다.

만약 구조조정 등으로 연 평균 소득이 3천600만원으로 떨어진다해도 3억원짜리 주택을 대출 1억5천만원을 받아 구입할 경우 금리가 5.99%가 될 때까지는 버틸 수 있다.

김 소장은 "작년 9-12월에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8-7.5%를 넘나들어 가계 대출 이자 부담으로 팔려는 사람이 늘고 집값도 하락했다"며 "하지만 올들어서는 금리가 5% 초반으로 하락함에 따라 급매물이 크게 늘지 않고, 집을 사려는 수요는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 이하로 떨어지면 더 비싼 주택을 구매할 수 있게 되고, 이 경우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10배 이상 벌어져 '버블(거품) 논쟁'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금리가 작년 말처럼 7-8%까지 오르면 대출 이자를 갚을 여력이 안돼 집값이 폭락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소장은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져 고소득층은 주택 투자를 늘리는 반면 구조조정으로 실업에 처하거나 소득이 감소한 계층은 주택구입이 어려워져 주거복지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공공주택의 분양가 인하나 저소득층 주거복지 정책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