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기업이 부동산을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 과세를 이연시켜주거나 감면해주는 세제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조세특례법상 세제혜택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1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9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새 경제팀의 기업 구조조정 정책 방향과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이 좀 더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세제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고 있다"며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 것들은 추경 때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 직후 시행됐다가 폐지된 세제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동산을 매각할 때 양도세 혜택을 주는 방식 등이 검토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기업이 재무구조개선계획에 따라 부동산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세를 일부 감면해주고 중소기업이 금융기관의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사업용 토지를 매각할 때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구조조정펀드)가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주식 혹은 출자지분을 취득 후 매각할 때 양도차익을 50% 감면해주는 방안도 검토대상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비사업용 토지의 범위를 줄여줌으로써 기업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경영정상화계획 약정 등을 맺은 기업이 양도하는 토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양받아 금융위기로 관리기관에 양도한 산업용지, 금융위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고 매각하는 토지 등은 비사업용 토지에서 제외키로 했다.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을 보완하기 위해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에서 "구조조정은 채권기관 중심으로 하되 정부는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산업적 측면이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자동차(부품), 반도체, 조선산업 등 업종별 구조조정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년 말에 지식경제부와 함께 설립한 실물금융종합지원단을 상설조직으로 전환하고 이창용 부위원장이 책임을 지게 했다.

 

또 실물금융종합지원단과 금융감독원장이 단장을 맡은 기업재무개선지원단, 새로 설립되는 구조조정 민간 자문기구가 참여하는 전략회의는 금융위원장이 직접 주재하게 된다.

 

지경부는 1분기 중 자동차와 조선 등의 업종과 산업기반 업종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고 국토해양부와 금감원은 최근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해운업종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자금난에 빠진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인 구조조정펀드 조성 작업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이나 캠코(자산관리공사)가 참여하는 방식이나 민간에 판매하는 형태 등의 다양한 구조조정펀드를 조성키로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펀드 방식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화된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를 이번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활용하겠다는 의미이다.

 

정부 관계자는 "채권단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어 여러 형태의 구조조정펀드를 만들어 활용키로 했다"며 "아직 조성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를 시작하지는 않았으나 조만간 현행법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구조조정 펀드 조성과 세제 지원 등 법적, 제도적 보완책이 내일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