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날로 급성장하는 파생금융상품의 과세를 위해 소득세제의 일관성있는 정비가 필요하나 단기적 대안으로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물리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는 세무당국의 용역연구결과가 나왔다.

 

16일 국세청이 강남대학교에 의뢰해 제출받은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도입에 시간이 걸리는 파생상품시장 자본차익과세의 대안으로 거래세의 도입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외국에서는 이미 파생금융상품 소득에 과세가 이뤄지고 있는데다 파생상품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전체 금융시장을 아우르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된 한국도 파생상품 관련 소득세제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파생상품시장에 자본차익과세를 하려면 현물시장에도 과세해 균형이 확보돼야 하는데 현물 증시에서는 아직 양도차익과세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현물 증시 양도차익과세가 빠른 시일내에 이뤄지지 못할 경우 파생상품시장에 거래세를 도입하면 현물시장과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소득세의 보완기능을 수행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아울러 거래세 외에 경제이론상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집행상 어려움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인지세를 과세하는 것도 대안으로 꼽혔다.

 

나아가 보고서는 향후 파생상품거래에 소득과세가 도입되면 파생상품 손익과 주식양도차익을 하나로 묶어 가칭 '투자자산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것이 금융상품간 조세의 형평성 내지 중립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04년 소득세법 개정안에 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소득을 기타소득에 포함시켜 양도차익 과세근거를 마련하려고 시도했으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현물시장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파생상품의 세원관리를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됐다.

 

보고서는 금융감독당국과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해 이상매매를 집중감시하는 금융당국의 프로그램을 활용함으로써 파생상품을 이용한 조세회피에 대응하고 파생상품 거래자료를 제도적,체계적으로 활용할 것을 세무당국에 조언했다.

 

금융기관에서 시행하는 금융상품 핵심설명서 제도의 대상에 복합파생상품을 포함시켜 과세여부를 기재함으로써 금융기관이나 고객들이 과세여부를 미리 알도록 하는 방안과 특정사안에 대해 과세당국의 판단을 미리 구하는 구속력있는 사전답변제의 도입도 유용한 방안으로 열거됐다.

 

보고서는 "구속력있는 사전답변제를 활용하면 최근 문제가 된 엔화 스왑예금사건과 같은 조세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세청은 이번 연구결과를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과세자료 수집방안을 구축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