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 맞춰 정책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현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내려도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성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8일 오후 은행회관에서 '물가와 금융안정'을 주제로 열리는 한국경제학회 2008년 제2차 정책토론회를 앞두고 사전배포한 '유동성 관리구조와 향후 통화정책의 주요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하 교수는 정책당국이 2005년 하반기 이후 몇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전체 유동성은 축소되기보다 확대됐고, 실물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시장금리도 당국의 단기금리정책에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 등 금리정책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중앙은행은 최근 큰 폭의 수지적자를 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있어 현 상태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한다 하더라도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 교수는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가 장기간에 걸쳐 불충분하고 느슨한 유동성 통화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왔고, 만성적인 유동성 과잉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고도성장 중에는 수출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한은대출을 과다하게 늘렸고, 개방화 이후에는 수출기업의 수출채산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과다한 외화매입을 해 과잉통화와 금융불안, 쏠림현상이 유발됐다면서 실물산업의 안정과 성장, 대외균형을 위해 금융부문의 안정화를 희생시켜온 셈이라고 하 교수는 설명했다.

 

하 교수는 앞으로 원천적으로 방출되는 본원통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은행 대출창구에 의한 정책금융 공급을 최대한 억제하는 한편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한국은행과 은행권과의 외환보유고 스왑거래를 활성화해 본원통화 환수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만성적인 과잉유동성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은이 본연의 임무인 유동성 관리에만 전념하도록 하고, 외환시장 안정화에 드는 비용과 외환보유고 관리를 정부의 책임하에 둬야 한다고 하 교수는 말했다.

 

그래야 한은은 정상적이고 엄격한 유동성 관리를 할 수 있게 되고 정부는 보다 엄격한 재정원칙에 의해 외환정책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