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정부내 경제관련 부처의 업무보고가 8일 마무리되면서 향후 5년간 '대한민국 경제'의 모습이 담길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냈다.
새 정부는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대폭 철폐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함으로써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뤄나가겠다는 의지로 충만해있다.
하지만 그동안 공약에서 밝혀왔던 것과는 달리 경제성장률 전망이나 부동산 관련 정책 등에서는 어려운 경제현실 등을 반영해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재벌규제나 부동산관련 규제의 철폐, 채무불이행자 구제 방안 등은 향후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정에서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 재벌규제 확 풀어라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목표가 되면서 그동안 철저히 유지해온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에 대한 분리 정책은 조만간 상당히 완화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도 철폐되는 등 재벌에 대한 규제가 확 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위는 현행 4%로 묶여 있는 대기업의 은행지분 의결권 한도를 10%로 확대하고 제도적 장치를 보완한 뒤 15%까지 늘린다는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산업자본의 은행지배가 은행을 사금고로 만들 수 있는데 대한 방화벽이 설치되지 않은 만큼 금산분리 원칙 수정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산업은행의 지분 매각과정에서 산업자본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국책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은행에 대해 오는 3월부터 민영화 작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20조원 규모의 KIF(Korea Investment Fund)를 만들기로 했다.
인수위는 3월부터 산은의 기능분리를 위한 법률정비 등의 준비절차에 착수하는 1단계 민영화를 거쳐 정부 보유지분 중 최대 49%까지 매각해 KIF를 조성하고,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2단계 민영화를 진행한 뒤 KIF를 공적기금 전담은행으로 전환해 토종 투자은행을 출범시키는 3단계 민영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인수위는 산업은행을 IB(투자은행.investment bank) 부문과 정책금융 부문으로 나눠 IB 부문은 대우증권과 함께 매각하고 정책금융 부문은 존속시켜 기능을 강화한다.
재계가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규제라고 반발해온 출총제도 조만간 철폐될 운명에 처했다.
공정위는 향후 협의를 통해 출총제 폐지의 대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으나 새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가 기업의 투자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재벌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새 정부가 공정위의 기능을 경제력 집중 규제에서 경쟁 촉진으로 재편한다는 방침하에 공정위의 기능과 조직을 재조정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대(對)재벌 정책은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 기업 기살리자..수사.조사도 자제
인수위는 검찰의 수사와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보고에서 인수위는 "지나치게 포괄적인 수사를 해서 기업활동에 장애를 주는 일을 줄여줬으면 좋겠다"며 "대기업 수사는 품격이 있어야 하고 분식회계, 비자금 등 취약부분의 수사는 정밀한 외과적 수사 시스템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당 간 다툼에서 비롯된 각종 의혹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면서 재벌 기업 총수나 관계자들을 포괄적으로 출국금지하고 회사의 각종 장부를 압수해 기업 활동을 방해하거나 기업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수사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이다.
또 기업들이 검찰의 수사보다 더 무서워하는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당선인이 강조하고 있는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친기업적)'를 중시했다. 구체적으로 세무조사를 대폭 감축해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국세청은 인수위에 대한 보고에 앞서 이미 청장의 신년사를 통해 "기업이 세금에 신경 쓰지 않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 운영방식을 쇄신하겠다"며 "세무조사 전 과정에 걸쳐 기업에 부담되고 불필요한 절차가 없는 지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국세청은 조사건수의 적정성, 조사기관의 최소화, 성실 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 위주의 간편 조사, 출장조사를 세무관서 사무실 조사로 전환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 부동산은 돈줄 묶어 상승 억제
새 정부의 부동산 가격 억제책은 세금 중과보다는 대출관리에 무게가 실린다.
참여정부에서 쏟아낸 투기억제책이 주로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이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지난해 1월에 강력한 대출 규제가 나온 뒤에야 부동산 가격이 잡힌 것에서 보듯 이 분야에서는 대출규제가 최고라고 보고 아예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부동산 문제는 앞으로 유동성(부동산 대출) 관리를 주축으로 하고 세금은 보조적이 돼야 한다"고 밝혀 이같은 정책방향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LTV(담보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현재 시행되는 부동산대출 규제는 집값 상승이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당분간 완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 시절 첩첩이 올라간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은 앞으로 점차 낮아질 전망이지만 세금 인하 역시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행시기는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안정된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앞으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관련 세금은 국세인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지방세인 취득세, 등록세 등이다. 양도세와 취.등록세는 거래시점에 부과되는 것이어서 거래에 대한 부담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며 종부세는 보유세 성격이지만 부자들을 겨냥한 성격이어서 소득이 없는 등 실질적으로 부자로 보기 힘든 계층에 대해서는 상당폭 경감될 전망이다.
당선인 측은 특히 1가구 1주택자로 주택을 장기보유한 계층에 대해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확대 등을 통해 세금 부담을 큰 폭으로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공급확대도 함께 약속하면서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더 쉽게 하고 용적률 제한도 완화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가늠케 한다.
이에 따라 미분양 아파트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고 도심지 용적률은 상향조정할 전망이다.
◇ 창업.투자늘려 일자리 42만개 만든다
인수위와 정부부처들은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도 내세우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창업과 신형기업 육성을 통해 연간 42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는 계획과 함께 중소기업과 상공인을 육성하기 위해 '원자재가격-납품단가 연동제'와 재래시장 및 주변지역 개발을 위한 '지역상권 개발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인수위에 보고했다.
산업자원부는 수도권 공장총량규제나 수질규제 등 여러 부처의 규제가 뒤섞여 해결이 힘든 수도권 투자 등 이른바 '덩어리 규제'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 타당성 여부를 재평가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해당 규제가 존폐 대상으로 거론될 경우 관련부처나 시민단체, 학계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로부터도 적지않은 반발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산자부는 '친기업정책'을 표방하는 인수위로부터 '격려성 발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져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이와 함께 임금 피크제의 확산 등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성의 강화에도 긍정적인 입장이며 재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농지의 타목적 전용 문제도 수용되는 분위기다.
농림부는 이미 지난 4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농업진흥지역내 농지를 타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같은 면적의 농지를 마련해야 하는 대체농지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을 인수위 측과 논의했다.
아울러 오랫동안 표류해왔던 새만금 개발도 이곳에 두바이 수준의 첨단 물류,관광도시를 짓는다는 이 당선자 측의 방침에 따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와 개발 쪽으로 방향이 결정됐다.
◇ 서민생활 부담완화도 '탄력'
이 당선인 측의 공약 중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서민생활비 30% 절감 방안이다.
인수위 측은 서민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과제는 정권 출범 전이라도 즉각 실행한다는 방침 아래 통신요금 20% 인하, 유류세 10% 인하 계획을 밝혔다.
통신요금 20% 인하와 관련해 인수위는 정보통신부 업무보고에서 이달 말까지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이동통신 및 통신비 인하계획안을 마련해 보고할 것을 요구, 정통부가 구체적인 일정과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고유가 부담을 덜기 위한 유류세 10% 인하도 빠르면 3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류세의 경우 법 개정이 필요한 법정세율 인하 보다는 새 정부에서 교통세와 특소세의 탄력세율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인수위 측은 새 정부 출범 전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려 했으나 청와대에서 반대 의사를 나타내면서 시기가 다소 늦춰졌다.
대대적인 신용회복 프로그램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당국은 당선인 측의 금융소외자 신용회복 공약과 관련해 통상 10단계 신용등급체계에서 9~10등급에 속하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를 우선 구제한 뒤, 연체는 없지만 신용도가 낮아 은행 문턱을 넘어설 수 없는 7~8등급 금융소외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감독당국은 300만명에 이르는 금융채무불이행자 중 자립의지가 있고 신용회복기금의 자립촉진 프로그램에 가입한 사람들에 대해 원금은 상환하되 이자는 사정에 따라 감면해줄 방침이다. 400만명 가량의 서민금융회사 이용자들은 금리가 좀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