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국내 의료산업 분야에서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규제가 많으며 경쟁제한적인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는 공정위가 최근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를 무더기로 적발한 뒤 병원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권 위원장은 이날 저녁 대한의사협회에서 가진 의료정책 고위과정 강연에서 "의료서비스는 공공재의 성격이 있어 다른 분야에 비해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본질적 한계를 가진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시장은 공공성을 명분으로 한 진입규제나 영리 의료법인의 불허 등 영업규제가 많아 의료서비스 시장에 경쟁원리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또 의료광고 제한 때문에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의료사고 발생시에도 소비자피해의 구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인수.합병(M&A)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데다 의약품 구매와 관련해 제약사, 의약품 도매업체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행위가 빈발하는 등 경쟁제한적인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협회 등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발생할 수 있고 비급여 진료수가나 각종 수수료 등에서 사업자간 공동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정위가 2000년 1월부터 지난 달까지 의료산업 분야에 시정조치를 내린 것은 총 61건에 달했으며 이중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또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권 위원장은 의료산업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돼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경쟁원리 확산의 시대적 흐름에 예외일 수는 없다면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공정거래법 집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 채택을 위한 접대나 리베이트 관행 근절은 물론 병원.약국 설립시 진입규제도 시정하는 한편 사업자단체의 불공정행위나 담합을 엄중 감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