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별한 원칙 없이 내년에 갑자기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지원은 대폭 줄이면서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크게 올리기로 해 비난을 사고 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재희 의원(한나라당)과 장복심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이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2008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복지부는 내년에 국민연금공단 관리운영비의 5%만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 공단 관리운영비 3천772억7천800만 원에서 국고지원금은 188억6천400만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95%인 3천584억1천400만 원은 국민이 낸 보험료로 조성된 국민연금기금으로 충당돼야한다.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을 국민에게 떠넘김으로써 그 만큼 국민에게 재정부담이 전가되는 셈이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86.2%(1천181억900만 원)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1988년 최초로 국민연금제도를 시행하면서부터 공단 관리운영비를 지원해왔다.

  

제도시행 초기 4년 간(1988∼1991년)은 100% 지원했으나 이후 국민연금기금이 일정부분 쌓인 뒤부터 지원액을 줄여나가 1992∼1994년엔 49%(125억∼158억 원), 1995∼1997년 67%(413억∼575억 원), 1998∼2002년 57∼58%(902억∼1천355억 원), 2003년 53%(1천440억 원), 2004년 40%(1천191억 원), 2005년 39%(1천274억 원), 2006년 38%(1천331억 원) 등을 지원했다. 올해는 공단 관리운영비 3천604억5천500만 원 중에서 38%인 1천369억 원을 국고지원했다.

  

공단 국고지원액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정부가 내년에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새로 시행하면서 그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공단 관리운영비 재원분담비율을 변경하는 방식을 통해 공단 관리운영비 지원예산을 갑자기 삭감한 탓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다른 특수직역 연금에 대해서는 적자보전을 이유로 국고보조금을 대폭 올려 국민의 지탄을 자초하고 있다고 전 의원은 꼬집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의 경우 내년에 올해(9천725억 원)대비 30.4% 증가한 1조2천684억 원을 국고지원할 예정이다.

  

사학연금공단에는 2007년(3천789억)과 비교해 27.1% 늘어난 4천815억 원을 국고에서 보조할 방침이다.

  

전 의원은 "다른 직역연금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을 늘리면서, 유독 국민연금에 대해서만 국고지원을 대폭 삭감해 국민연금공단 운영비 마저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욱 부추기는 것으로 즉각 철회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도 "그간 기초노령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다각적으로 노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정부 일반회계 예산으로 지원하는 공단 관리운영비를 국민의 쌈짓돈인 연금기금으로 대체하는 편법은 국민에게 새로운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로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