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대기업노조들이 비정규직 권익보호를 명분으로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비정규직을 위한 기금 모집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여 눈총을 받고 있다.

  

2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2005년 5월부터 비정규직 활동가 양성 등을 위해 50억원을 목표로 비정규기금 모금에 들어갔으나 8월말 현재 18억2천만원이 납부돼 기금 납부율이 36.4%에 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당초 2005년 5월부터 2005년말까지 기금을 모금키로 했으나 실적이 저조하자 납부시한을 작년말로 1년 연장했지만 모금 목표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가 걷혀 지금까지 모금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납부율 추이를 살펴보면 당초 납부시한이었던 2005년말 10.6%(5억2천800만원)에 불과했고 납부시한을 1년 연장하며 기금 납부를 독려한 작년말에도 25.9%(12억9천4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올해에는 이석행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이 선출된 뒤 기금 모금을 적극 독려했지만 여전히 목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맹별로는 병원노련(78.8%)과 여성연맹(72.4%), 서비스연맹(69.3%), 대학노조(50.1%) 등이 높은 납부율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투쟁을 주도하는 대표적 연맹인 금속노조(29.8%)와 공공운수연맹(37.3%), 전교조(29.0%) 등은 저조한 납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권리쟁취 등을 명분으로 한 파업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 쌍용차지부 등은 2년 3개월간의 모금 기간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아 대표적 노조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TX 여승무원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철도노조도 기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아 노조 투쟁의 진정성에 의문을 들게 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비정규직법 시행과 이랜드사태 등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대기업노조들도 기금 모금에 점차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