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서 앞으로 이 후보의 행보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아니지만 주택 공급 확대나 규제 완화, 조세 감면, 대규모 개발 계획 등의 대선 공약이 발표될 경우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부동산 시장 특성상 침체된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경우 대형 건설회사 CEO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친 시장정책 및 건설경기 활성화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은 상태다.

 

대표적인 것이 임대주택 의무 건립, 소형평형 의무비율, 기반시설부담금 등과 같은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다.

 

21일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내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단지가 사업 지연과 수익성 악화로 거래가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매물이 많지 않은 것은 차기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대선까지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해 매물이 회수되고 최근의 가격 하락세를 멈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밝힌 감세정책에도 기대감이 크다. 이 후보는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감면, 취득.등록세 통합 및 세율 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운하 등 대규모 개발 계획과 주택공급 확대 정책 등 이 후보의 노선이 공약으로 구체화될 경우 건설.부동산 경기를 부추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이명박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됨에 따라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냐고 묻는 고객이 많다"며 "세제를 완화하고 경제성장 위주의 개발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만큼 최소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완전히 뒤집을 만한 공약을 내긴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한나라당이 '부자 정당'의 이미지가 강한 만큼 열린우리당 등 '서민 정당'과 맞서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부자들을 겨냥한 참여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섣불리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 역시 지난 5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취임해도 당장 부동산 정책의 전면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대선 후보의 부동산 정책 공약은 결국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집값이 폭락한 건 아니어서 현 정책 기조를 흔들만한 규제 완화 정책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재건축 규제 완화도 집값 불안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앞으로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집값이 다소 불안해질 수 있으나 반발 여론이 크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한다"이라며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