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기업들은 우리나라의 조세감면 제도 전반에 대해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세법상 제반 절차가 복잡해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기호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세무학연구' 24권1호에 실린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지원세제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이러한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정부의 외국인투자 유치 정책의 재검토와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국내 52개 외투기업의 재무담당자를 상대로 우편과 e-메일을 통해 조세요인이 투자결정에 미치는 영향, 우리나라의 상대적 조세부담 정도, 외국인투자지원 세제 운용에 대한 만족도 등에 관해 '정말 아니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5점)까지 5점 척도로 측정했다.

  

이들 기업 중 25개 기업은 조세특례제한법 제121조의 2항에 따라 외투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을 적용받고 있었고, 나머지 27개 기업은 비감면기업이었다.

  

10개 항목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국인투자에 대한 조세부담이 낮아진다면 한국에 대한 투자 규모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항목만이 평균 3.26점을 받았을 뿐, 나머지 9개 문항의 응답은 모두 중간값인 3점에 못 미쳐 외투기업들은 현행 외국인투자 지원세제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제운용 만족도와 관련해 ▲'외국인투자를 위한 세법상 제반 절차는 간편하며 이용하기 편리하다'가 2.18점으로 전체 항목 중 응답 점수가 가장 낮았고, ▲'외국인투자와 관련한 제반 고충처리 절차가 비교적 잘 정비돼 있다' 2.27점 ▲'세법규정들은 명백하고 이해하기 쉽다' 2.45점 ▲'조세전문가 자문을 받기가 매우 편리하다' 2.98점 ▲'전반적으로 한국의 외국인투자 관련 세제 운용에 만족한다' 2.51점 등으로 집계됐다.

  

다른 투자 가능지역과 비교한 상대적 조세부담 정도를 묻는 항목 중 '조세부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편이다' 2.32점, '인건비 및 외부전문가 자문수수료 비용 등 세무관련 비용지출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2.84점 등으로 나타났다.

  

조세요인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의사결정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서는 '조세부담이 낮아 한국에 투자했다' 2.68점, '조세부담이 높아질 경우 투자 규모를 감축시킬 수 있다' 2.86점 등으로 응답됐다.

  

다만 조세감면을 적용받은 기업과 비감면기업을 구분할 경우 감면기업이 비감면기업에 비해 평균 점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 교수는 "대부분 설문 문항에서 중간값인 3점에도 못 미친다는 점에서 외투기업들은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 지원세제의 효과나 운영에 대해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현행 외국인투자 지원세제의 목적이나 지원 방법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인투자 유치에 대한 정책적 수단으로 조세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데 직접보조금이나 금융지원과 같은 대체적 지원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외국인투자의 유치 목적을 현재 고도기술수반사업 유치에서 고용창출이나 지역간 균형개발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어 "현재 외국인직접투자와 국내투자 간에 조세부담이 차별화돼 있어 국내 자금이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면서 "외국인과 내국인에 대해서 무차별하게 조세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