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아시아 지역국가들에서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 우리나라도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부담을 보면 명목 최고세율은 높지 않은 편이지만,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은 매우 높은 상황인데다 산업간 형평성도 결여돼 있고, 과세표준이 몇 년째 낮게 고정돼 중소기업에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뛰어가는 경제현실, 기어가는 법인세제'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OECD 국가들과 아시아지역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독일은 법인세 실효세율을 현행 38.9%에서 2008년까지 29.8%로 낮추기로 했고, 프랑스도 현재 34.4%인 법인세 실효세율을 앞으로 5년 내 20%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세제개혁을 통한 경기회복을 꾀하고 있는 싱가포르가 현행 20%의 법인세율을 조만간 18%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며 말레이시아도 올해와 내년 법인세율을 각각 1%포인트씩 내려 베트남이나 태국보다 낮은 16%의 세율을 유지할 전망이다.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1990년 34%에서 올해 25%로 꾸준히 인하돼 왔는데 1억원 이하는 13%, 이상은 25%를 적용하는 2단계 누진적 형태"라며 "명목 최고세율(25%)만을 보면 30~35% 사이인 OECD 주요국에 비해 낮고 싱가포르(20%) 등에 비해서는 다소 높아 적정한 수준인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명목세율의 인하에도 불구하고 법인의 세부담은 1991년 최고세율 34% 당시 3조2천261억원에서, 25%로 인하된 2005년 29조8천55억원을 기록하는 등 늘어만 왔다"면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6.7%이나 법인세 증가율은 10.8%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법인세 수입 대 명목GDP비중은 1993년 2.0%에서 2005년 3.7%로 급증했고, 법인세의 대(對) 국세수입 비중도 1993년 16.1%에서 2005년 24.8%로 증가했다"면서 "반면 OECD 주요국의 경우 법인세의 대 명목GDP비중은 2004년 기준 1.6∼3.7%, 법인세의 대 국세수입 비중은 4.5∼8.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기업의 실질적인 세부담을 나타내는 영업이익 대비 평균유효법인세율도 1996년 16.3%에서 2003년 24.3%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는 OECD 주요국과는 비슷하지만 대만과 싱가포르에 비해서는 10∼15%포인트 높다"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 정부의 조세감면 정책은 제조.수출 부문에 집중돼 있어, 제조업(2000~2005년 평균 유효법인세율 21.4%)과 도.소매업, 전기.가스업, 사업서비스업(22.7∼48.2%)과 격차가 크며 법인세 과세표준이 1990년의 1억원에 고정돼 있어 누진체계 적용이 중소기업에 불리한 것도 문제다.

 

연구원은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과 경쟁대상국의 법인세 인하가 완료되면 우리나라의 법인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져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산업간 법인세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내수.서비스 부문에 대한 과도한 세부담을 줄이는 한편,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 초대형기업 등에 법인세율이 차등적용될 수 있도록 누진체계를 3∼4단계로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